파리 미술관 산책 ep.8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 등 파리에 자리한 미술관만 해도 수십 곳.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 하나를 꼽으라면, 인상주의 화가들의 걸작들을 모두 만나 볼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모네의 수련이 소장되어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을 꼽는다. 인상주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파리를 찾으면 열에 여덟은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꼭 방문하는 곳이 바로 오랑주리 미술관이다. 그중에서도 모네와 르누아르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라면 오랑주리 미술관은 빼놓지 말고 꼭 들려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이름에서도 알아챌 수 있듯이 원래 루브르 궁의 튀를리 정원에 있는 오렌지 나무를 위한 겨울 온실이었다. 콩코르드 광장을 마주하고 튀를리 정원 양 옆으로 두 개의 온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지금의 오랑주리 미술관이며, 나머지 한 곳은 지금의 주드 폼 국립 미술관이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휴관일인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루브르에서 시작해 콩코르드 광장에서 끝나는 튀를리 정원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파리 메트로 1호선, 8호선, 9호선을 타고 콩코르드(Concorde) 역에서 도보 5분 내외. 버스를 이용하면 24번, 72번, 73번 등 튀를리 정원이나 콩코르드 광장 주변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튀를리 정원이나 콩코르드 주변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영구 소장되는 작품 외에도 매달 새로운 기획전이 열리기 때문에 파리 여행 계획을 세울 때,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을 살펴보고 각 미술관 별 영구 소장 작품과 기획전을 비교해 꼭 방문해야 할 미술관 리스트를 고르는 것도 파리의 수많은 미술관 중 본인의 취향에게 미술관을 둘러보는 방법이다.
2017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전시가 열렸던 여류화가 마리 로랑생의 작품 중 일부도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미술관 2층에는 르누아르, 세잔, 모딜리아니, 피카소, 드랭, 마티스 등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데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풍경화보다는 정물화나 인물화 위주의 작품이 좀 더 많았다는 것.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에서 르누아르의 작품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도 르누아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오랑주리 미술관은 꼭 들려 봐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오랑주리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은 바로 모네의 수련. 많은 관광객들이 오랑주리 미술관을 찾는 이유는 바로 모네의 수련을 보기 위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1914년 클로드 모네가 미술관에 수련(Water Lilies)을 기증하면서 미술관은 이 대작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 설계를 거친 후, 60년대와 21세기 초반 리노베이션을 끝마치고 2006년 재개관,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모네의 수련을 본 것은 2010년 겨울이었는데 그 후로 한참 세월이 흐르고 다시 미술관을 찾았을 때에도 내겐 처음과 변함없는 전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모네가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생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어 완성한 작품이 '수련'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작품에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는 듯 하다. 나는 공간디자인 대해서 아는게 하나도 없지만 수련이 소장된 이곳만큼은 그림과 감상자의 완벽한 하모니를 위해 설계된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갔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만큼은 그림에 오롯이 집중하게 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나만의 사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과 비교하면 미술관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소장된 작품 하나 꼼꼼히 살펴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갈 만큼 알찬 곳이다. 오히려 미술관의 규모가 크지 않아 작품 하나하나를 나만의 방식으로 보고 느끼기에 더 좋다. 미술관 관람 후에는 튀를리 정원을 산책하며 계절마다 변화하는 파리 정원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으니 파리의 많은 미술관 중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된다면 오랑주리 미술관을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파리 이방인의 전치적 관찰자 시점, 그러나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파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