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미술관 산책 ep.2
프랑스 파리는 괜히 문화 예술의 도시가 아니다. 서울 크기의 1/6 남짓한 도심 안에 자리한 유명 미술관만 세어보려 해도 열 손가락 안에 다 꼽을 수 없으니까. 지난번에 고르고 골라 선별한 나만 알고 싶은 미술관을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파리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을 소개해 보려 한다. 파리의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퐁피두 센터, 파리 16구의 컨템퍼러리 아트 미술관 팔레 드 도쿄, 흥미로운 전시들을 많이 개최하고 있는 루이뷔통 재단(FLV)이 그 주인공들. 나에겐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작품이 가득한 곳이지만 예술에 있어서 만큼은 편식하지 말자 다짐하며 흥미로운 전시가 열릴 때마다 시간을 내어 찾았던 곳이다.
퐁피두 센터 (Le Centre Pompidou)
파리 4구 마레 근처에 위치한 퐁피두 센터의 정식 명칭은 조르주 퐁피두 센터(Centre Georges-Pompidou). 197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복합 문화시설로 프랑스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미술관이 아닌 복합 문화시설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내부에 영화관, 공공 정보 도서관 (Bibliotheque publique d'information), 서점, 레스토랑과 카페, 국립 근대미술관(Musee Naitional d'Art Moderne)이 함께 있기 때문! 이외에도 비정기적으로 공연이나 영화대담회와 같은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된다.
퐁피두 센터는 유럽의 현대미술관을 대표하는 곳인 만큼 가장 규모가 큰 컨템퍼러리 컬렉션을 자랑한다. 개관이래 지속적으로 작품을 수집하며 지금까지 10만 점 이상에 달하는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직접 주관하는 테마별 전시도 다양하게 개최하는데 2018년에는 뉴욕, 런던, 파리를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가 열려 많은 관람객들을 유치했었다. 나는 현대미술에는 조예가 없어 센터 내 서점을 방문할 때를 제외하면 퐁피두를 즐겨 찾지 않았지만 호크니 전시를 할 때만큼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센터를 방문했을 만큼 그 당시 파리에서 개최 중인 가장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퐁피두는 건물 철골을 그대로 드러낸 독특한 외벽과 유리면으로 하이테크 건축의 효시로도 꼽힌다. 건축학적 의의, 방대한 컬렉션에 나의 개인 사심이 가득 담긴 포인트 하나를 더 덧붙이고 싶은데 바로 퐁피두 센터에서 내려다보는 파리 전망! 퐁피두 센터는 파리의 보부르(Beaubourg) 지역 언덕에 건설되어 건물 최상층에 오르면 노트르담 대성당과 팡테옹, 몽마르트르 언덕의 사크레 쾨르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좀 더 진득하게 전망을 즐기고 싶다면 테라스가 마련된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를 추천.
팔레 드 도쿄 (Palais de Tokyo)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파리 16구에 위치한 팔레 드 도쿄.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와 비교하면 비교적 근래(2002년 1월)에 개관한 미술관이다. 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회화, 조각, 설치미술, 디자인, 비디오 아트 등을 선보이고 있으며 음악회나 댄스 공연도 열린다. 이름에 도쿄가 들어가 있어 일본과 연관이 있을 줄 알았는데 조사를 하다 보니 좀 허무한 포인트에서 붙여진 이름이란 걸 알게 됐다. 미술관이 위치한 도로명이 'Avenue de Tokyo'라 도로명에서 명칭을 따왔다고. (그러나 지금은 'Avenue de Tokyo'가 'Avenue de New-York'으로 바뀌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팔레 드 도쿄는 시즌마다 선보이는 작품이 바뀌는 미술관이 자체적으로 소장한 작품이 전혀 없다는 점이 독특한데 본디 미술관의 자부심은 소장하고 있는 컬렉션이 얼마나 방대하고 우수한가에 기인하는 것 아니었던가 싶지만 소장하고 있는 컬렉션은 없어도 다양한 분야의 전시와 공연을 선보이고 있어 젊은 예술가들과 파리지엥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화요일을 제외하곤 자정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예술과 함께하는 여가가 있는 삶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인스타그램에서 수도 없이 보았을 에펠탑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팔레드 도쿄 바로 옆이라는 사실!
루이뷔통 미술관 FLV (Fondation Louis Vuitton)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루이뷔통 미술관 FLV (Fondation Louis Vuitton).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LVMH에서 운영하는 예술 재단으로 문화 예술 분야에 기여하고자 하는 LVMH의 기업 정신을 이어받아 탄생했다. FLV는 명망 있는 예술품과 전시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데 2018년 가을에는 파리에서 처음으로 장 미셸 바스키아의 전시를 개최해 많은 관람객들을 불러 모았다. (호크니도 2018년 바스키아도 2018년 이때는 정말 전시의 풍년이었다.) 인기가 많았는지 기존 전시 기간을 더 연장했는데 나는 그 덕에 아슬아슬하게 기말고사를 끝마치고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FLV는 유리 돛단배 형상의 미술관 건물로도 유명한데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만들었다. 그래서 건축에 관심 많은 이들이나 건축학도들도 많이 찾는다. 루이뷔통 미술관은 퐁피두나 팔레 드 도쿄보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편인데 지하철 역(파리 메트로 1호선 Les Sablons 역)에서 10-1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그러나 미술관 근처에 Acclimatation 공원도 있고 (공원 내부에는 작은 놀이동산과 동물원도 마련되어 있다) 미술관 바로 앞에는 한국 정원도 있으니 전시 관람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꼭 방문해 보기를 추천!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