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미술관 산책 ep.4
주불 대한민국 대사관을 포함하여 각국 대사관 및 관공서가 밀집한 바렌 가에 중간에 자리한 로댕 미술관. 개인적으로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미술관으로 꼽고 싶은 곳이다. 조각에 별다른 조예가 없는 사람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소장되어 있는 바로 그 미술관이다. 그러나 나에겐 만개한 장미로 가득한 5월의 아름다운 정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는 미술관이다.
로댕 미술관은 휴관일인 월요일은 제외하고 매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45분까지 문을 연다. 로댕 미술관은 프랑스 문화부 관리하에 운영되고 있는 미술관으로 매년 5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파리의 주요 미술관 중 하나라고 한다. 처음 로댕 미술관을 찾았을 때, 파리 소재의 학교 학생증을 보여 주니 25세 미만의 '나이 제한과 상관없이' 무료입장을 시켜주었던 곳이다. 뒤늦게 떠나온 유학길의 가장 큰 아쉬움은 어딜 가도 따라붙는 '25세 미만'의 학생 할인 꼬리표. 때문에 파리 소재의 학교 학생증을 가지고 있어도 언제나 나와는 먼 얘기였다. 학생증으로 할인도 아닌 '무료 관람'을 한 곳은 로댕 미술관이 유일하다.
파리 메트로 13호선 바렌(Varenne) 역에서 도보 5~10분 내외로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69번 버스를 탑승하면 미술관과 멀지 않은 곳에서 하차할 수 있으며 지하철보다 버스가 훨씬 찾기 편리하다.
현재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은 18세기에 건립된 저택으로 실제로 로댕이 살다가 프랑스에 자신의 작품과 함께 기증한 곳이라고 한다. (상기 내용은 프랑스 관광청을 참고하였습니다). 저택 내부에는 그의 작품은 물론 그가 사용하던 의자, 소파 등 로댕이 사용하던 가구와 수집한 각종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로댕 미술관의 백미는 바로 로댕의 조각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정원. 미술관 입구 왼편에는 단테의 신곡에 영감을 받아 만든 '지옥의 문'이 있다.
로댕 미술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파리의 미술관 중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미가 만개하는 5월의 로댕 미술관은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로댕의 작품과 조화를 이룬 정원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방문하기 가장 좋은 최적의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에게 언제가 로댕미술관을 찾기 좋은 때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5월!이라고 말해 줄 수 있을 만큼.
로댕의 대표작이자 로댕이 가장 좋아했던 작품인 '생각하는 사람 (Le penseur)' 역시 미술관 정원에 설치되어 있다. 교과서나 책에서 봤을 때는 크기가 작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높이가 186cm에 달한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의 별개의 작품이자, 단테의 신곡을 재연한 작품인 '지옥의 문'의 일부라는 사실을 미술관을 방문하고 처음 알게 되었다. 생각하는 사람은 지옥의 문 상단에서 발아래에 펼쳐진 지옥을 내려다보면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사실 미술관 내부보다 정원이 더 크고, 보고 즐길 것도 훨씬 많다. 정원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비롯해 다른 조각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19세기 문학의 거장, '오노레 드 발작'의 조각도 발견했는데 발작의 풍채가 저리도 좋았다는 사실을 조각을 보고 알게 되었다. 정원 안쪽에 위치한 호수에는 빅토르 위고의 동상이 있다.
로댕 미술관 정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아 보자면 바로 정원 가장 안쪽, 분수대 뒤편으로 무럭무럭 자라 하나의 건물(?)을 이룬 담쟁이덩굴 담장. 소위 말하는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그림에 소질이라곤 없는 나에게 조각은 더더욱 멀고 어려운 예술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특별히 깊은 조예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로댕에 대해, 또 조각에 대해 모르더라도 자기만의 감성으로 작품을 즐겼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푸른 하늘 아래 장미가 만개하는 파리의 봄날 언젠가. 로댕의 작품과 함께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즐기러 다시 로댕 미술관을 찾고 싶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