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페르 라쉐즈 산책

걸어서 파리 한 바퀴 ep.12

by 마리

반짝이는 에펠탑, 샹젤리제와 개선문, 몽마르트르 언덕과 노트르담까지. 도심 전체가 여행자들을 사로잡는 낭만으로 가득 찬 파리에서 모두가 아는 랜드마크 말고 '진짜 낭만'이 잠들어 있는 곳이 있다. 몽마르트르, 몽파르나스와 함께 파리 3대 공원묘지로 꼽히는 페르 라셰즈! 현지인들의 삶과 낭만이 숨 쉬는 파리의 진짜 낭만을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낭만이 잠들어 있는 파리의 공원묘지, 페르 라셰즈 (Pere Lacha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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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페르 라셰즈는 파리에서 가장 큰 공원묘지이자 11구와 20구에 걸쳐 펼쳐진 파리 최초의 정원식 묘지로 몽마르트르, 몽파르나스와 함께 파리의 3대 묘지로 불린다. 지금도 매장 신청을 받고 있지만 이곳에 묻히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라고 한다. 프랑스 시민권을 가진 채 사망했거나 파리에 거주했을 경우여야만 가능한데 파르 라셰즈의 명성으로 인해 대기 명단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다 하더라도 이곳에 묻히는 것은 쉽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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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공원묘지를 생각하면 '공원'이 아닌 '묘지'에 방점이 찍혀 스산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지만 파리의 공원묘지는 '공원'에 더 가깝다. 나무도 많고 산책로도 잘 닦여 있어 동네 주민들이 산책을 위해 즐겨 찾는다. 개인적으로 페르 라셰즈를 찾기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에서 초겨울 사이! 붉게 물들었던 단풍잎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하고 공기에서 찬 기운이 조금씩 느껴지는 계절이 유독 잘 어울린다. 낭만의 계절이 가을이기도 하듯, 파리의 숨겨진 진짜 낭만이 잠든 장소로 늦가을의 페르 라셰즈는 찰떡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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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낯설지만 페르 라셰즈는 이미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 잠들어 있는 유명 인사들 덕분이다. 들라크루아, 쇼팽, 발자크, 알퐁스 도데, 프루스트, 짐 모리슨, 에디트 피아프, 이브 몽땅 등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계에 한 획을 그은 유명 예술가들이 페르 라셰즈에 잠들어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아일랜드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묘. 지금은 새로 단장한 무덤에 유리막이 세워져 있지만 예전에는 립스틱 자국으로 가득했다. 1999년 누군가 큰 립스틱 자국을 무덤에 남긴 것을 계기로 오스카 와일드의 묘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립스틱 자국을 남기는 것이 하나의 트레이드 마크였다고 한다. 그러나 묘지 보호와 관리 차원에서 아일랜드 정부와 프랑스아일랜드 기금 재단이 묘를 새 단장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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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유명 인사들의 묘지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페르 라셰즈의 역사부터 이곳에 잠들어 있는 유명 인사의 숨겨진 일화를 들려주는데 가장 큰 장점은 보고 싶은 묘지를 헤매지 않고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 페르 라셰즈는 44헥타르 규모의 공간에 30만 구 이상의 묘가 안치되어 있고, 일반인들의 묘와 유명 인사의 묘가 구분이 잘 가지 않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다. 페르 라셰즈를 제대로 둘러보려면 지도가 필수인데 입구 관리소에서 받을 수 있고, 지도에는 유명인들의 묘지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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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샹젤리제와 에펠탑의 야경도 멋지고 몽마르트 언덕에서 바라보는 노을도 좋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이 잠들어 있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페르 라셰즈에서 남들과 조금 다른 특별한 파리의 진짜 낭만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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