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알프스의 안시(Annecy)는 프랑스 행정 구역 상 코뮌에 속하는 작은 마을이지만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많아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그르노블에서 차로 1시간 거리로 그르노블, 리옹 샤모니 몽블랑까지 모두 지근거리다. 보통 안시와 샤모니 각각 하루 일정으로 많이 다녀오지만 수상 레포츠를 좋아하거나 스키 마니아의 경우라면 장기간 머무를 여행지로도 얼마든지 즐겁게 지내다 올 수 있다.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는 조금 낯설고 생소할 수 있는 곳이지만 사람들 모두 가는 그런 곳 말고 프랑스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로의 휴가도 꽤 낭만적이고 근사하지 않을까.
알프스의 베네치아, 안시
안시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호수. 안시 호수는 빙하가 녹은 물이라 굉장히 맑고 깨끗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수질 보호를 위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을 띤다.
안시 호수는 예쁘고 깨끗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안시를 대표하는 관광 포인트 중 한 곳이다. 특히 호수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수질 보호에 물놀이가 웬 말이냐 싶겠지만 해진 규정에 따라 지정된 곳에서는 물에서 하는 대부분의 액티비티가 가능하다. 여름이면 웨이크 보드, 패들, 수상스키, 요트 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여름에는 수온이 24도 정도라 호수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는 사실!
호수 주변으로는 산책로가 갖춰져 있어 걷기에도 좋다. 프랑스는 크든 작든 어느 도시를 가도 산책로를 갖춘 주민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공간이 많다. 호수에서 즐기는 물놀이, 산책 외에도 패러글라이딩부터 알프스 트래킹까지. 이렇게까지 다양할 수 있나 싶을 만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꽤 많아 자연스레 관광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낭만을 찾고 싶다면 여기, 안시 구시가지에서
액티비티보다 풍경 감상을 선호하는 쪽이라면 안시 구시가지에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안시가 '알프스의 베네치아'가 된 이유는 구시가지를 통과하는 강과 운하 주변 풍경 때문이다. 호수에서 구시가지로 가는 길에 '바세 운하'와 '사랑의 다리'를 거쳐 가야 하는데 여기가 안시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존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바세운하의 사랑의 다리가 안시 기념엽서에 꼭 등장하기 때문. 사랑의 다리는 연인들이 만남의 장소로 좋아하는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지만 오래전 다리에서 매춘부들이 호객을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는데... 유래야 어떻든 풍경만큼은 없던 사랑의 감정도 생겨날 만큼 낭만적이긴 하다.
구시가지는 중세 시대 때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어 카메라에 담고 싶은 곳이 특히 더 많은데 구시가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가와 다리 주변 파스텔톤 건물 들은 안시가 왜 알프스의 베네치아로 불리는지 알 것 같다. 구시가지에는 모두가 배경으로 두고 찍는 포토존이 하나 있다. 티우 강 위에 작은 섬이 있는데 그 섬 위에 지어진 팔레 드 릴이 그 주인공. 원래는 강변 양쪽에서 통행료를 징수하는 곳이었는데 이후에는 교도소가 되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구시가지 곳곳에 아름다운 풍경이 많은데도 왜 꼭 팔레 드 릴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 남기려는 이들이 많은지는 의문이지만 남들이 모두 하는 거라면 나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묘한 심리가 작용한 거 아닐까.
스키족들의 성지, 샤모니 몽블랑
안시에서 다시 동쪽으로 1시간 정도 이동하면 몽블랑 기슭의 골짜기 마을 샤모니 몽블랑(Chamonix Mont Blanc)이 나온다. 샤모니는 스키족의 성지로도 알려져 있는데 스키 바캉스 시즌이 되면 특히 더 붐비는 곳이다. 스키 바캉스는 가톨릭 문화를 중심으로 한 휴일이나 짧은 기간 주어지는 프랑스 바캉스의 한 종류로 정부가 가족이 스키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보통 2월 중순부터 3월 초 사이에 1-2주간 주어진다. 나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바캉스라 처음 스키 바캉스가 주어졌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나라에서 스키 타러 가라고 바캉스를 준다고?! 태어나 스키는커녕 보드도 타본 적도 없는데 어딘가에 가서 스키를 배워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샤모니를 처음 알게 된 것도 바로 이 스키 바캉스 때문이었다. 엉클 구글이 프랑스 샤모니가 스키 바캉스의 천국이라고 알려주었거든.
그러나 스키를 탈 줄 몰라도 샤모니에 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대신 샤모니의 전망대 중 한곳에 오르면 되니까. 가장 유명한 곳은 에귀 뒤 미디로 몽블랑에서 8km 떨어진 샤모니를 상징하는 산 정상에 있다. 에귀 디 미디까지는 케이블카를 타면 금방이다.
에귀 뒤 미디 전망대에 올랐으면 꼭 해야 하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르 파 당 르 비드(Le Pas dans le Vide)에서 사진 찍기. '허공 속 발걸음'이라고 부르는 투명한 박스로 안으로 들어가면 발아래가 유리로 되어 있어 알프스 설산을 발아래에 둔 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나도 방문했을때 너무 찍어 보고 싶었는데 고산병과의 사투에서 패배하고 골골대느라 결국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게 아쉬울 뿐...
Reference
안시 관광청(tourisme-annecy.net) 및 샤모니 몽블랑 관관청 (chamonix.com)
본 글은 매일경제/네이버 여행+ CP 8기 활동으로 제공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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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