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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의 동화 마을 콜마르

feat.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

by 마리

프랑스의 겨울을 떠올리면 회색빛 거리, 가로수와 건물 곳곳을 장식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불빛, 크리스마스 마켓이 생각난다. 그리고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마켓 하면 역시 알자스다. 다소 조용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2021년을 코앞에 둔 지금,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잘 알려진 알자스 지역을 5번째 산책 도시로 골랐다. 2020년은 여러모로 새로고침하고 싶은 한 해였지만, 2021년 크리스마스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서.


알자스의 아름다운 동화마을 콜마르 (Col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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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는 지베르니와 오베르 쉬르 우와즈를 비롯해 노르망디와 더불어 파리 근교 여행지로 즐겨찾기 좋은 곳이다. 해안절벽과 푸른 바다를 보고 싶다면 노르망디를, 파스텔 톤의 목조 건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예쁜 마을을 돌아보고 싶다면 알자스를 선택하면 된다. 알자스 같은 경우 TGV를 타고 3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데다 기차역과 도시 간 연결도 편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접근성은 노르망디보다 더 좋은 편이다. 특히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된 곳들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콜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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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르는 알자스 고유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전통 목조 건물에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집들, 쁘띠 베니스라 불리는 운하까지. 콜마르 구시가지를 걷고 있으면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1년 365일 여행자들이 모여들지만 대도시의 번잡함과 다른 고요함이 은은하게 묻어난다. 나는 마음이 많이 소란하던 때에 혼자 콜마르를 찾았었는데 잠깐의 쉼을 통해 좋은 생각과 기운을 많이 얻었기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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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콜마르 운하는 그 아름다움이 이탈리아 베니스에 버금간다고 하여 '쁘띠 베니스(La Petit Venise)'라는 이름이 붙었다. 운하의 물줄기는 로슈 강으로 이어지는데 예전에는 운송로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운하 투어를 위한 선착장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콜마르를 대표하는 관광 포인트라 항상 여행자들로 붐비지만 아침 시간대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나는 파리에서 서둘러 출발한 덕분에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도착했는데 주변 상점이나 레스토랑들도 문을 열지 않아 고요함 속에서 찬찬히 주변 풍경을 음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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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르 구시가지는 알자스 전통 목조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건 메종 피스테르. 16세기 콜마르에서 지어진 최초의 르네상스 건물로 모자를 판매하던 상인이 지었는데 메종 피스테르라는 명칭은 19세기에 건물을 소유한 이의 이름에서 따왔다. 운하와 함께 콜마르에서 꼭 보고 싶었던 것이 메종 피스테르였다. 지브리 영화 중에서 애정 하는 작품 중 하나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소피가 사는 마을이 콜마르를 그대로 본떠 왔는데 메종 피스테르가 유일하게 그 모습 그대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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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콜마르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벨이 노래 부르며 춤추던 광장 신에 분수가 등장하는데 콜마르 구시가지 광장의 슈웬디 분수로 콜마르 출신의 건축가 바르톨디가 디자인했다. 분수는 터키군과의 전쟁에서 승리 후 그 지방의 포도를 들고 돌아온 슈웬디 장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하며 그래서인지 한 손에는 포도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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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콜마르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바르톨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프랑스가 미국에 기증한 자유의 여신상을 만든 조각가 바르톨디의 고향이 콜마르다, 메종 피스테르 맞은편에는 바르톨디가 살았던 집이 남아 있고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공원에서는 바르톨디 동상도 볼 수 있다. 디종 구시가지는 올빼미가 새겨진 표식이 사람들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면, 콜마르는 바르톨디의 자유의 여신상이 사람들을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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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쉼을 찾아 혼자 떠났던 콜마르 여행의 마지막은 쁘띠 트람 타고 구시가지를 한 바퀴 돌아보기! 운하에서 보트를 탈까 고민하다 쁘띠 트람을 선택했는데 흔히 보이는 레드 포인트의 하얀 기차가 아닌 싱그러운 초록빛 기차에 마음을 빼앗겼다. 무엇보다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던 티켓 판매원의 기분 좋은 인사에 어느새 나의 몸은 기차 안이었다. 외관만 보고 국적을 구분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귀신같이 한국인임을 알아채고 타고 내릴 때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라며 인사를 건네주던 센스! 트람은 30분 동안 쁘띠 베니스를 포함해 구시가지 구석구석을 돌아보기 때문에 콜마르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탑승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가보고 싶은 장소들의 위치를 미리 확인해 볼 수 있으니까.



콜마르 옆 스트라스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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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르에서 시작한 알자스 여행 종착지는 스트라스부르. 아담한 동화 마을인 콜마르와 달리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 10대 도시권 안에 들어가는 대도시다. 물론 구시가지로 가면 콜마르에서 보았던 목조 건물들을 볼 수 있지만 콜마르와는 그 느낌이 조금 다르다. 콜마르 구시가지에는 아기자기하다면 스트라스부르 구시가지에서는 웅장함이 느껴진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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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웅장함의 중심에는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다. 빅토르 위고는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두고 "경탄할 만큼 거대하고 섬세하다"라고 이야기했다는데 내가 느낀 첫인상도 딱 그대로였다. '경탄할 만큼 거대하고 웅장하다!' 사실 스트라스부르에 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도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 마켓과 대성당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대성당을 택할 수도 있을 만큼 꼭 보고 싶었던 곳이다.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은 파리의 노트르담과는 그 느낌이 많이 다른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적색 사암이 뿜어내는 오묘한 성당의 빛깔. 멀리서도 뿜어져 나오는 웅장함은 성당의 규모와 높이뿐만 아니라 적색 사암의 오묘한 빛깔에서 나오는 것 같았는데 멀리서도 느껴지지만 성당을 향해 가까이 다가갈수록 웅장함에 압도되던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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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내부에는 1532년에 처음 만들어진 천문학 시계가 있는데 중간에 몇 번 작동이 멈추면서 수리에 수리를 거듭하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방문했을 때는 하필 수리 중...) 시계는 외관상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본연의 기능과 함께 지구 주변 행성의 움직임과 별자리 움직임도 나타내기 때문에 높이 평가받는다. 천문시계 주변에는 인형이 있는데 매일 12시 30분이 되면 종소리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시계 인형이 움직이는 시간에 맞춰서 방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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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첨탑 전망대에 오르면 스트라스부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대신 지치지 않을 체력과 튼튼한 두 다리가 필요하다. 142m 높이의 첨탑 꼭대기까지 엘리베이터는 없고 오로지 계단뿐이다. 올라갈 때는 힘들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구시가지 풍경은 높은 계단을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걸 금세 잊게 만들 만큼 황홀했는데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을 찾았다면 잊지 말고 꼭! 올라가 보길 추천하고 싶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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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알자스로 데이 트립을 다녀온 건 봄기운이 피어나기 시작하던 무렵이라 크리스마스 마켓은 보지 못했지만 내가 알자스 여행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크리스마스 마켓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프랑스 전역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데 그중에서도 알자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가장 유명하다. 특히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1570년에 처음 시작되어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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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기간에는 거리 곳곳에 오두막집 모양의 상점이 들어서고 먹거리도 가득하다. 축제에서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음식! 내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가장 좋아하는 별미는 라클레뜨와 뱅쇼다. 뱅쇼는 우리나라 매체에도 많이 소개되어 겨울마다 인기 검색어에 '뱅쇼 레시피'가 등장하곤 하는데 레드 와인에 시나몬 스틱과 클레멍틴, 레몬, 사과, 배 등을 넣고 끓인 다음 면 보자기에 걸러서 마시는 음료로 프랑스 사람들은 감기 예방을 위해 즐겨 마신다. 라클레트는 치즈를 녹여 감자 위에 뿌려 먹는 스위스 전통 음식으로 특이하게 프랑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겨울 별미다.

봄에 방문했던 알자스는 노엘 장식의 화려함 대신 포근한 봄 햇살 아래 반짝이는 풍경이 맞이해주었고 궁금했던 알자스의 겨울은 다음을 기약하며 미뤄두었는데 당분간은 조금 더 미뤄 둔 채로 지내야 할 것 같다. 다시 여행이 우리 곁에서 함께 하는 순간이 오면, 겨울에 떠날 수 있는 프랑스 여행지로 아기자기한 동화 마을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알자스를 가장 먼저 찾고 싶다.



본 글은 여행+ CP 활동으로 제공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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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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