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1년 차: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

by 쏘쏘

사회복지 현장에 처음 들어오면 대부분 비슷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잘 해보고 싶고, 폐를 끼치고 싶지 않고, 무엇보다 빨리 적응하고 싶다. 그래서 많은 신입 사회복지사들이 가장 먼저 세우는 목표는 “버티는 것”이다. 일단 버텨야 실수도 줄고, 조직에도 인정받고,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배 사회복지사들도 “3개월을 버티면 1년을, 1년을 버티면 3년을, 3년을 버티면 평생을 버틸 수 있다.”라는 말을 당연한 듯이 건넨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1년 차를 ‘버티는 시간’으로 보내면 오히려 이후가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버틴다는 태도는 당장의 불편함을 넘기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배우는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쉽다. 질문을 줄이고, 문제 제기를 미루고, 상황에 적응하는 데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무난하게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학습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복지 조직은 생각보다 체계적인 신입 교육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공식 교육은 오리엔테이션 수준에서 끝나고, 이후에는 “일하면서 배우라”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 말이 구체적인 학습 경로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을 먼저 익혀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수준이면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인지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입 사회복지사는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때 ‘버티기’ 중심으로 접근하면 가장 쉬운 선택은 기존 방식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선배가 하던 방식, 기관이 늘 해오던 방식,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이어져 온 업무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조직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전문성 기준을 만들 기회를 잃게 된다. 왜 이렇게 하는지 질문하지 않으면, 결국 그 방식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신입 직원 채용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이런 지점이 더 분명해진다. 지원자들은 대체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빠르게 적응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빠진 질문이 있다.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기준이다. 이 기준 없이 현장에 들어오면, 조직의 필요가 곧 개인의 방향이 되기 쉽다.


사회복지 현장은 제너럴리스트 역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사례관리, 행정, 프로그램 운영, 평가 대응, 지역 연계 등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이 경험 자체는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경험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단순한 업무 경험으로만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일을 해봤지만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생긴다.


그래서 1년 차에게 중요한 것은 업무량 자체보다 학습 방향이다. 지금 맡은 일이 내 전문성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떤 경험은 의도적으로 더 깊이 가져가야 하는지, 어떤 영역은 기본 수준 이해로 충분한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구분이 있어야 경험이 ‘경력’으로 축적된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질문하는 태도다. 많은 신입 사회복지사들이 질문을 줄이는 것이 적응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물어보면 능력이 부족해 보일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적절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 성장 속도가 빠르다. 질문은 단순한 정보 요청이 아니라 사고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하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묻는 과정 자체가 전문성을 형성한다.


관리자 입장에서도 신입 직원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는 질문을 활발히 할 때다. 반대로 질문이 줄어들면 적응했다고 보기보다 고민을 내부로만 가져가고 있을 가능성도 고려하게 된다. 그래서 질문은 능력 부족의 신호라기보다 학습 의지의 신호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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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차의 관계 맺기 방식도 이후 커리어에 영향을 준다. 지나치게 헌신적인 모습으로 시작하면 그 이미지가 오래 지속된다. 늘 먼저 남아서 정리하는 사람, 언제든 추가 업무를 맡는 사람, 민원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인정받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역할이 고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초기에는 관계를 넓히되 역할 경계도 함께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 반응을 기록해보는 것이다. 어떤 업무에서 에너지가 올라가는지, 어떤 상황에서 빠르게 지치는지, 어떤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복지사는 감정노동 비중이 높은 직업이기 때문에 자신의 반응 패턴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1년 차를 보내는 방식은 이후 3년, 5년의 방향을 크게 좌우한다. 버티는 데에 집중하면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는 있지만, 방향 없는 성실함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배우는 데 집중하면 속도는 조금 느려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선택지가 넓어진다.


그래서 1년 차에게 필요한 기준은 단순하다. 실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오늘 한 일이 어떤 경험으로 남는지, 이 경험이 나를 어떤 사회복지사로 만들어 가는지 정리할 수 있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사회복지사로 오래 일하고 싶다면 첫 해를 ‘적응 기간’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적응은 결과이고, 학습은 과정이다. 과정이 분명하면 적응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반대로 적응만 목표로 삼으면 방향을 잃기 쉽다.


결국 1년 차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지금 버티고 있는가, 아니면 배우고 있는가? 이 질문을 통해 정기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이후의 소진 속도와 커리어 방향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복지사로 ‘롱런’할 수 있는 기반이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좋은 질문

1. 나는 지금 버티고 있는가, 아니면 배우고 있는가?

2. 최근 내가 한 경험 중 스스로 ‘전문성으로 남는다’고 느낀 일은 무엇인가?

3. 지금의 적응 방식이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을 의도하지 않게 고정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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