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현장에서 3년 차 즈음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느낌을 경험한다. 분명 업무는 익숙해졌고 실수도 줄었는데, 이상하게 일은 계속 늘어난다. 처음 1년은 낯설어서 힘들었고, 2년 차에는 흐름을 익히느라 바빴다면, 정신을 부여잡고 드디어 3년 차가 되었더니 ‘왜 이렇게 일이 많아졌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이때 일부 사회복지사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태도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내가 일을 잘 못해서 더 맡게 되는 건 아닐까, 아니면 거절을 잘 못해서 그런 걸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하지만 현장을 조금 더 오래 지켜보면 다른 이유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정 연차가 지나면 업무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신뢰가 쌓인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업무나 변동 상황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그 연차의 직원이다. 완전히 신입에게 맡기기에는 부담스럽고, 관리자가 직접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험이 있는 실무자에게 역할이 더해진다. 특별히 능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맡기면 흐름을 알고 처리할 것 같다’는 신뢰가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은 의도적으로 부담을 주기 위해 이루어진다기보다, 현장이 돌아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흐름에 가깝다. 평가 일정이 갑자기 앞당겨지거나, 외부 점검이 생기거나, 신규 사업 제안서가 필요해지거나, 기존 직원의 이동이나 휴직이 발생하면 당장 대응 가능한 사람이 필요해진다. 이때 이미 업무 흐름을 알고 있고 기관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선택된다. 그렇게 하나둘씩 추가된 업무는 어느 순간 일상이 된다.
사회복지 조직에서는 공식 평가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평판도 크게 작용한다. 책임감 있게 마무리한 경험, 민원을 안정적으로 처리한 경험, 동료들과 협력 관계를 잘 유지한 경험 등이 쌓이면 조직 내 신뢰가 형성된다. 그리고 이 신뢰는 종종 새로운 역할로 이어진다. 인정받는 경험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업무 범위가 넓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본인은 단순히 일이 늘어났다고 느끼지만, 기관 입장에서는 직원 개인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의도가 공유되지 않으면 개인에게는 부담으로만 남는다. 특히 기존 업무가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역할이 추가되면 체감 피로도는 급격히 높아진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3년 차 사회복지사가 맡게 되는 업무를 스스로 완전히 취사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인력이 넉넉하지 않은 현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업무가 배분되고, 관리자는 상황을 고려해 역할을 정리해 지시하거나 권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일을 선택한다.’기보다 ‘맡겨진 일 속에서 방향을 조정한다.’는 표현이 더 현실에 가깝다. 조직 운영의 필요가 개인의 경력 계획보다 앞설 때도 많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죄책감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성장 방향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관리자는 보통 업무 완성도와 책임감, 조직 적응력 등을 기준으로 일을 맡기지만 동시에 직원의 강점과 발전 가능성도 함께 살핀다. 그래서 평소 대화 속에서 자신의 관심 영역이나 경력 방향, 강점 등을 자연스럽게 공유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공식적으로 업무를 ‘선택’하기는 어렵더라도 어떤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싶은지 설명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맡게 되는 역할의 결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완전한 취사 선택은 어렵지만 경험의 방향을 천천히 설계해 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3년 차는 전문성의 방향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다. 사례관리 중심으로 갈 것인지, 프로그램 기획에 집중할 것인지, 행정이나 조직 운영 쪽으로 확장할 것인지 고민이 시작된다. 그런데 다양한 업무가 동시에 주어지면 경험 폭은 넓어지지만 방향성은 오히려 흐려질 수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일을 해봤지만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생긴다.
이 시기에 필요한 첫 번째 과제는 일이 늘어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다. 개인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단정하면 불필요한 자기 비난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현장의 흐름과 역할 배분 방식을 이해하면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그 인식만으로도 심리적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과제는 경험을 선택한다는 관점을 갖는 것이다. 모든 업무를 다 받아들이기보다 어떤 경험이 자신의 전문성 방향과 연결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교육이나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시도는 단순히 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력을 능동적으로 설계해 간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세 번째는 속도 조절이다. 일정 연차가 되면 자신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진다. 예전보다 더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고, 추가 업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순간적인 과부하는 버틸 수 있지만 지속적인 과부하는 결국 소진으로 이어지기 쉽다.
현장에서 오래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일을 적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조절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맡을 일과 조정할 일을 구분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며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기준을 갖고 있다. 이런 기준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경험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3년 차는 바로 그 기준을 만들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제 단순히 버티는 단계를 지나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선다. 이 시기에 만든 기준은 이후 5년, 7년의 일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사회복지사로 오래 일할 수 있을지 여부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일이 늘어나는 현상을 단순한 부담으로만 보면 피로감만 남는다. 하지만 그 흐름을 이해하고 자신의 방향과 연결해 보면 경력 설계의 재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이 많아졌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속에서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다. 사회복지사로 오래 일한다는 것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3년 차는 그 전환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자신의 일하는 방식과 전문성의 방향을 조금씩 정리해 간다면 이후 커리어는 훨씬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좋은 질문
- 최근에 맡은 업무 중 ‘이건 내 일이 아닌데?’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는가?
- 내가 반복해서 맡고 있는 역할은 내가 선택한 것인가, 자연스럽게 굳어진 것인가?
- 최근 업무 속도를 의식적으로 조절해 본 적이 있는가?
- 지금 맡고 있는 일 중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업무가 늘어나면서 나의 감정 상태나 생활 리듬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
- 지금의 경험들이 3년 뒤 나를 어떤 사회복지사로 만들지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