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만큼 했어

이별 후 배운 점

by 정재영

지난해 6월 이별을 했다. 우리는 서로 비행기를 타야만이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살았다. 처음 만난 건 지난해 4월 왕십리역에서였다. 몇 번 출구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조금 늦게 도착했고 그 친구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뭐에 홀린 듯이 처음 본 그날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자주 만나기 어려우니 밀당 같은 건 하기 싫었나 보다.


우리는 두 달 정도를 사귀다 헤어졌다. 그 두 달 동안 우리는 일주일 정도씩 세 번을 보았다. 만난 시간도 짧고 이제는 만난 기간보다 헤어진 기간이 더 길어졌지만, 아직 못해본 것도 많고 같이 해보고 싶었던 것도 많아서였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이번 연애를 통해서 배운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연애에 있어서 믿음이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이다. 믿음이 없는 연애는 그야말로 모래성과 같다. 잘 쌓아 올린 성 같지만 작은 파도나 바람에도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말이다.


두 번째, 아무리 외로워도 사람을 천천히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겠다. 외로운 마음에 조바심이 들어 덜컥 사귀어 버리면 오히려 더 큰 상처로 자리 남는 것 같다.


세 번째, 아무리 싸워도 헤어지자는 소리는 하지 않기, 그리고 연락을 두절하지 않기이다. 헤어지자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 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서운한 마음을 알아달라는 표현으로 그런 표현을 쓰면 안 된다. 또 서운함에 토라져 연락까지 모두 차단한다면 그야말로 그 연애는 끝이 보이는 연애이다. 또한 그런 회피성 연애방식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배웠다.


네 번째, 연애에 있어 주변에 조언을 구하는 것도, 조언을 해주는 것도 최소한으로. 연애는 결국 그 당사자들 간의 연애이다. 연애를 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의 조언대로 행동했다가 그 결과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다. 그러나 결국 그 조언을 받아들이고 행동한 건 연애의 주인공인 나라는 점이다. 그러니 조금 서툴지라도 자신의 언어와 표현,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대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나답지 않은 행동은 상대방도 금방 눈치챌 것이다.


다섯 번째, 할 만큼 해야 미련이 없다. 구차하고 찌질 해 보여도 해볼 수 있는 것까지는 해보는 게 미련이 덜한 것 같다. 물론 상대방에게 우습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바닥을 쳐봐야 미련도 금방 떨쳐낼 수 있는 것 같다.


여섯 번째,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연애를 하면 불행하다. 자존감이 낮고 상대방에게 의존적인 연애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위이다. 그러니 자신의 자존감이 현재 매우 낮아져 있는 상태이거나, 혹은 연애를 하면서 내 자존감이 오히려 낮아지는 것 같다면(가스 라이팅) 그 연애를 잠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곱 번째, 서운함이 있다면 알아주길 바라며 이런저런 형태로 티 내기보다 지혜롭게 말로 풀어나가는 게 좋다. 물론 힘들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본인은 본인대로 상처가 곪고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힘들어할 수 있다. 상대방이 아무리 세심하더라도 상대방은 내가 아니기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할 수 있다.


여덟 번째, 좋아하는 거 백번 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일 한 번안하는 게 낫다. 좋아하는 표현을 아무리 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준다 해도 내가 싫어하는 행동 하나가 더 거슬리는 법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도 좋지만 싫어하는 행동을 알고 그걸 안 하는 게 더 상대방을 사랑하는 일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상대방을 좋아한다면 상대방을 신경 쓰이게 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게 정말 힘이 됐던 글이 있다.


사랑은 구걸이 아니에요. 내가 외롭기 싫어서 연애 시작한 건데 솔로 일때보다 더 괴로우면 말이 안 되니까요. 본인을 더 사랑해주면 본인을 사랑해줄 사람 반드시 나타날 겁니다. 힘내세요.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이해를 바라는 건 연애도 아니고 친구 관계에서도 성립될 사이가 아니죠. 상대의 가치관을 이해해주는 건 당연한 건데 상대가 내 생각과 가치관을 이해해주지 않으면 그게 무슨 연애인가요. 척 진 원수 사이도 아니고, 내가 너무 좋아서 매달려 있으면 발 끝이 너무 아슬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어느 순간 상대는 내 목에 밧줄 매고 앉아 있고요. 다시 말하지만 사랑은 정말 구걸이 아니에요. 나는 상대의 세계를 존중해 줬는데 그 결과가 나의 눈물이라면 깔끔하게 책 닫는 게 ㅈ호을 것 같아요. 연애는 별거 없는 내 삶이 주인공이 되는 순간입니다. 세상의 조명이 다 나에게로 쏟아지는 때이고요. 연애의 순간에서도 나를 더욱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요. 꼭 제 개똥 차 전 애인한테 시달리던 절 보는 기분이라 이렇게 길게 글 남기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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