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이해받았지만 2% 부족합니다

이해와 인정의 차이에 대하여

by 본조잘

이해와 인정은 뭘까?

우리는 흔히

"네가 이해해"
"왜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아?"
"그랬구나 네 마음이 이해는 돼"

라는 말들을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많이 사용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인정한다는 말은 잘하지 않는다.

이해는 '이해하는 척'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인정'은 대부분 관용과 포용에서 쓸 수 있는 말이기에
하는 '척'도 할 수 없으며 진심으로 해 줄 수도 없는 게 '인정'이다.

이해는 공감과 비슷해 보이지만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
이해하면서도 비판과 판단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데도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 번쯤은 해본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인정은 상대방의 감정이나 존재를 그 자체 그대로 유효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비판하고 평가하며

교정하려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존재감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사람의 상태를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한 동안 방송에서도 sns도 많이 나왔었던 "그랬구나.."하고 말하는
방법이 인정의 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그 욕구가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정받기 위해 공부하고 사회적 인정을 위해 취업을 하고 내 마음을 누군가 인정해 주면 사랑이 된다. 타인으로의 인정이든 내 자신을 위한 스스로의 인정이든 우리는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왜 사람은 이해받아도 상처받게 될까?

그 이유는 이해만 있고 인정이 없기 때문이다.

"아.. 그래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해 볼게"와
"그래, 너는 그랬구나 괜찮아 지금의 너로 충분해"는
다른 이야기고 다른 감정을 지녔다.

이해받았다고 느끼는 경험보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과 나 자신 그대로 받아들여진 경험이 정서적 안정 부분에서는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해라는 건 찝찝하게 2% 부족한 상태라고 할까?

예전의 나는 타인의 말과 행동에 많이 상처받고 힘들어했었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 '저 사람은 왜 말을 저렇게 하지? 저 사람 원래 저렇다는 건 이해하지만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아.. 짜증나 내가 그냥 참아야지..'였다.

이해하는 듯 하지만 결국 내가 참는다는 식의 구조.

하지만 5화에서 이야기했듯 남들을 이해하고자 시작했던 공부를 통해 오히려 나 자신을 마주하면서 깨달았던 나 자신을 중심에 두는 인정의 사고방식으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왜 화가 날까? 왜 저 사람의 말과 행동이 거슬리지?'질문을 던져보면

첫 번째, 내가 외면하고자 했던 나의 나약함이나 치부를 상대방이 무의식적으로 건드렸거나, 두 번째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 나랑 다른 결을 가졌기 때문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첫 번째 부분이다.
나도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모르는 척하거나
무의식 저편에 숨겨두었던 나의 일부를 누군가 건드리며 내 의도와 다르게 강제로 마주하게 됐을 때
그 불편함과 당혹스러움이 타인을 탓하는 부정으로 투사되고 결국 남 탓이라는 방식으로 나를 소모시킨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을 끌어안을 인정이야 말로 가장 필요한 처방이다.

그렇게 나 자신을 인정하고 나면 상대방에게 쿨하게 받아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속으로든 말로든..
'괜찮아 나도 알아.. 그렇지만 뭐? 이게 나인걸?'

스스로의 인정이 시작되었다면 자신을 더 안정적이고 건강한 방법으로 방어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신을 이해하고 인정하다 보면 조금은 더 단단하고 동그랗게 변해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어느새 이해에서 끝나기보다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진짜 나랑 안 맞는구나.. 어쩌겠어 나도 나를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는데 저 사람한테 뭘 바라는 거야.. 거리두기 해야지..'
내가 누군가로부터 불쾌하거나 화가 날 때 속으로 되뇌는 나만의 주문 같은 속마음이다.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혹은 긍정적인 인정이 아닐지라도 상대를 인정하는 순간 적어도 나를 소모하지는 않게 된다.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쓰지만
인정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

완벽한 이해란 없다.
비판과 판단을 내려놓고 그저 '그랬구나'라고 말해주는 순간, 찝찝했던 2%의 틈은 비로소 온전한 위로로 채울 수 있다.

스스로, 혹은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는가?
아니면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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