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업문화에서 배우는 공(公)과 사(私), 선 긋기의 기술
프랑스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국과 참 다르다고 느낀 것 중 하나는, 공(공적인 일)과 사(사적인 일)를 구분하는 태도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카오톡 하나로 모든 관계를 관리하잖아요. 친구, 가족, 직장 동료, 상사, 그리고 고객사까지. 그러다 보면 퇴근 후에도 카톡을 열어보는 순간 업무 메시지를 마주치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다시 ‘업무 모드’로 돌아가게 됩니다. 유럽에서는 와츠앱 (WhatsApp) 메신저를 이용하여 친구들과 소통하고, 또한 업무 중에도 외국 협력사, 고객사와 소통하는데 이용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퇴근 후에도 카카오톡처럼 개인 메시지를 읽으려고 들어갔다가 업무 메시지를 읽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프랑스라고 해서 모두가 완벽하게 공사 구분을 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일과 개인 시간을 나누려는 분위기는 강한 편이에요. 특히 업무용 번호를 따로 쓰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Onoff 앱: 한 대의 핸드폰, 두 개의 번호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한 직원의 제안으로 Onoff라는 앱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이 앱을 통해 월 4.92유로, 연 59유로면 기존 개인 번호 (numéro perso) 외에 추가 번호 (numéro pro) 하나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번호는 완전히 별도로 관리되고, 개인 통화나 메시지와 섞이지 않으며, on/off 설정이 가능해 퇴근 후에는 알림을 꺼둘 수도 있어요.
저희 회사는 업무 특성상 브랜드 대표들이 클라이언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대표님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일이 잦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개인 사업자이자 창업자이다 보니, 저녁 9시, 10시, 혹은 이른 새벽에도 연락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메시지나 전화가 밤낮없이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면, 당연히 프로젝트 매니저들에게도 과도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쌓일 수밖에 없죠. 실제로 이로 인한 번아웃을 겪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회사에서는 Onoff 서비스를 복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직원들이 연 59유로를 결제하면, 회사에서 전액을 환급해 주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현재 대부분의 동료들이 이 번호를 사용하고 있고, 사용 전과 비교했을 때 업무 스트레스나 고객사로부터의 압박감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피드백이 많습니다. 퇴근 후에도 나를 지킬 수 있다는 안정감, 그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꼭 프랑스라서 가능한 건 아니겠죠. 온전히 쉬는 시간, 일에서 벗어나는 기술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저처럼 일과 삶의 균형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런 디지털 도구와 회사의 지원을 함께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