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느낀 ‘시간개념’과 ‘회의목적’, ‘발언 스타일’의 차이
프랑스에서 일한 지도 벌써 8년 차. 일하면서 참 많은 걸 배웠고 적응도 많이 했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다면 바로 회의 문화예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시간개념’과 ‘회의목적’, ‘발언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해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다르다는 관점에서 가볍게 읽어주세요.
�️회의는 9시 30분인데, 출근을 9시 30분에..
제가 일하는 곳은 파리에 있는 스타트업이에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유연한 분위기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도 장점이에요.
그런데 회의 시간만큼은 그 자유로움이 아주 실감 나더라고요.
9시 30분 회의라면 저는 늘 그전에 가서 자료 한 번 정리하고 노트북 켜고, 마음의 준비까지 마치는데…
정작 동료들은 9시 30분에 맞춰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이미 5-10분 늦은 상황에 빵 봉지를 손에 들고 회의실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걸 보며 처음엔 “지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지만, 여기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더라고요.
회사가 결국 회의 시작을 기다려주는 구조가 되다 보니,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로선 초반에 꽤 스트레스를 받았고, 대표님이 “5분 이상 지각하면 회의 참석 불가”라는 규칙까지 만들 정도였어요. (물론, 그 규칙이 잘 지켜지진 않지만요…) 오히려 회의에 꼭 필요한 인원이 늦으면 회의를 다시 잡거나, 전체 일정이 흔들리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 참석 불가 규칙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회의의 목적 자체가 다르기도 해요
한국에서는 회의를 하면 보통 결론을 내리기 위한 자리잖아요. 그전에 자료도 준비하고, 안건 정리도 하고,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마무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회의가 약간 생각을 모으는 시간이라는 느낌이 더 커요. 브레인스토밍처럼 이 사람, 저 사람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꼭 결론까지 안 나더라도 괜찮다는 분위기. 그래서 회의가 생각보다 길어지는 날도 많고, 특히 준비 없이 들어온 동료와 회의를 할 땐 “이거 미리 생각해 왔으면 10분이면 끝났을 일인데…” 하는 마음이 올라오기도 해요. 그리고 그건 그대로 나의 야근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말하는 방식도 꽤 달라요
회의 중에 어떻게 말하느냐도 정말 달라요. 한국에서는 말을 꺼내기까지 한참 눈치를 보게 되잖아요. “지금 말해도 될까?” “내가 괜히 나서는 건 아닐까?” 특히 상사가 있는 자리에서는 더더 욱요.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거의 없어요.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말하고,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어도 겹치는 경우가 많고, “그건 아닌 것 같아”라고 바로 반론을 제기하는 일도 아주 자연스러워요. 정규직이 아닌 인턴들도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내는 것은 마찬가지고요. 처음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말하다 끊기기도 하고, 생각을 다 말하지 못할 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불쾌하다’기보다는 그냥 여긴 이렇게 말하는 문화구나,라고 이해하게 됐어요. 그리고 확실히 눈치 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의견 나눌 때는 장점이 되더라고요. 물론, 가끔은 너무 격렬해져서 회의가 산으로 가는 날도 종종 있어요.
� 내부 회의 vs 외부 미팅
저희 대표님과의 미팅은 완전히 달라요. 매우 짧고 집중적인 스타일로, 회의 전
왜 이 회의가 필요한지
어떤 자료를 준비했는지
내 생각에 어떤 결론이 좋은지
까지 정리해서 들어가는 게 기본이에요.
대표님은 하루에도 열 개 넘는 미팅을 소화하시기 때문에 진짜 효율이 생명입니다. 가끔, 브레인스토밍이 중요한 안건이라고 생각되는 회의는 4시간까지도 해본 적이 있어요. 정말 지칠 때까지 직원들의 생각을 끌어내려고 하신답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 미팅은 훨씬 더 프로페셔널하게 진행돼요. Notion이나 Airtable로 사전 어젠다 공유 → 실시간 회의 정리 → PDF 파일로 이메일 발송 이 과정이 거의 매번 기본이고요.
회의는 Google Meet으로 진행되는데, 내부 회의보다 훨씬 더 흐름이 깔끔해요.
한국과 프랑스의 회의 문화는 시간 개념, 회의 목적, 발언 스타일까지 여러 면에서 정말 다릅니다.
한국은 “결론 중심의 회의”, 프랑스는 “대화 중심의 회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각자의 방식 속에서 배울 점과 불편함이 공존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매일 체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