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연락? 그런 건 꿈도 못 꾸는 프랑스 이야기

휴가는 진짜 휴가다.

by Eugene


프랑스 회사에서의 휴가, 얼마나 될까?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연간 최소 5주의 유급 휴가가 보장되는데요, 이 휴가는 보통 매달 2.5일씩 발생해 연간 25일(5주)에 해당해요. 그리고 프랑스 휴가는 6월 1일부터 다음 해 5월 31일까지 발생 기간으로 계산되지만, 많은 회사들이 입사 초기부터 일정 기간 근무 후엔 휴가를 미리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요. 즉, 신입이라도 적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휴가를 사용할 기회가 생기는 거죠.


� 많은 연차는 언제 어떻게 다 쓸까?

프랑스의 휴가 문화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7~8월 바캉스 시즌에는 최소 3주 이상 휴가를 쓰도록 권장하고,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1~2주 정도는 휴가를 쓰는 게 자연스러워요. 저희 회사의 경우 12월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는 회사가 문을 닫아서 의무적으로 4일의 휴가를 쓰게 하고 있어요. 나머지 휴가는 개인이 원하는 기간에 2주 이하로 나눠서 자유롭게 쓸 수 있고요. 7월부터는 고객사, 하청업체, 협력사 가릴 것 없이 유럽 대부분의 회사들이 한두 달간 바캉스 모드에 들어가기 때문에, 업무가 거의 멈추거나 공장 문까지 닫는 경우도 있어요. 정말 대부분의 회사가 텅텅 비는 느낌이에요.

저는 이 기간을 이용해서 3-4주 정도를 한국에 가요. 한국의 여름은 너무 더워서 피하고 싶지만, 이 시기가 아니면 긴 시간을 이용해 고향을 방문하기가 어렵거든요!


⏳RTT(근로시간 단축) 덕분에 생긴 추가 휴가

프랑스에는 기본 연차 외에도 RTT(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있어요. RTT는 주 35시간 초과 근무에 대해 초과 수당 대신 휴가로 보상하는 방식인데, 예를 들어 주 39시간 근무라면 주당 4시간 초과 근무에 대해 연간 약 10일의 RTT 휴가가 발생할 수 있어요. 이 RTT는 회사와의 협약에 따라 발생하고, 보통 연말까지 사용해야 소멸되지 않아요. 저희 회사도 RTT를 연차 대신 활용하고 있어서, 기본 5주 연차에 RTT 2주를 더해 총 7주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답니다. (참고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연간 9주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7주라는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는데, 막상 매년 쓰다 보니 이젠 7주도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게 현실이에요..


�우리 회사는 어떻게?

저희 회사는 연중 내내 일이 많은 편이라서 바캉스 시즌에도 회사 문을 아예 닫진 않아요. 대신 최소한의 인원은 남아서 업무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부서별로 휴가 일정을 미리 조율하고 있어요. 이런 시스템 덕분에 휴가를 가기 전에 동료들과 겹치지 않도록 스케줄을 조정하곤 하죠. 프랑스에서는 연차를 쓰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에 휴가를 안 쓰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어요, 아니 절대 없어요(^^;).

휴가를 쓸 때는 반차가 아닌 이상, 직속 인턴이나 같은 부서 동료에게 꼭 follow-up 할 내용은 인수인계(Passation)를 하고 가야 해요. 고객사나 협력사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거죠.



�휴가는 진짜 휴가다

프랑스에서 휴가는 단순한 ‘쉬는 시간’이 아니라, 온전히 업무에서 벗어나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강해요.

휴가 중에는 업무 관련 무슨 일이 생겨도 전화, 메일, 메시지까지 완전히 차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회사에 6년 넘게 다니면서 단 한 번, 휴가 중에 대표님에게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요. 제가 직접 담당하던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사의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이었는데, 정말 중요한 사안이라 잠깐의 통화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표님도 전화를 걸기 전에 먼저 메시지로 양해를 구하셨고, 통화가 끝난 후에도 휴가가 끝나서 회사에 복귀했을 때까지 “피할 수 있었으면 피했을 텐데,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하셨어요. 이런 작은 부분에서도 프랑스 회사 문화의 “휴가는 진짜 쉬어야 한다”는 마인드를 느낄 수 있었어요.



이게 바로 프랑스식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확실히 쉬는” 문화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단 하루를 쉬든, 3주를 쉬든, 휴가는 진짜 휴식이라는 인식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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