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육아휴직 후 복직 면담 준비|스타트업 워킹맘 이

by Eugene

프랑스에서 육아휴직(congé parental)을 하고 복직을 앞두게 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게 복직 면담입니다.


저는 복직이 예정되어 있었던 4월을 앞두고

한 달 반 정도 전에 대표와 면담 일정이 잡혔어요.

이 면담을 가볍게 생각해도 되는 건지,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생각이 한 달 전부터 많아졌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면담은 평가의 자리가 아니라 다시 연결하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생각됩니다.


복직 면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육아휴직 후 동일 직무 또는 유사 직무로 복귀가 보장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회사 상황, 팀 구조, 프로젝트 흐름이 많이 달라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면담 전에 꼭 스스로에게 정리해 보면 좋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복직 후 가장 우선적으로 맡게 될 역할은 무엇일까?

회사가 단기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은 어디일까?

장기적으로는 어떤 포지션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이 질문들은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게 아니라,

서로의 기대치를 맞추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질문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회사는 작은 기업이지만 조직 구조와 업무방식 면에서 굉장히 빨리 발전하고 실험적이고 방향이 자주 바뀌는 스타트업(entreprise innovante)이라 제가 휴직한 기간 동안 회사가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했어요.



“회사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메시지를 먼저 전하기


저는 지금 소속되어 있는 회사에서 7년 이상 근무를

했고, 꽤 오랫동안 직속 상사인 회사 대표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했어요. 제 회사처럼 열심히 일했고, 회사의 발전에 진심으로 임하는 것에 인정해 주고, 늘 신뢰를 바탕으로 든든하게 지원을 해줬던 상사라, 회사 대표로 혼자 여러 국가를 다니며 Business Developpment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각자가 생각하는 방향이 조금 달랐던 점, 그리고 임신했을 때 제가 기대했던 회사의 배려가 조금 어긋났던 시점부터 사이가 조금 틀어졌었고, 저도 마음을 닫고 일했던 기간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 저는 회사일보다 뱃속의 아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일욕심보다는 주어진 임무에 최선은 다하지만, 그 이상의 기대나 열정은 없이 회사를 다녔습니다.


그래서 이번 면담을 통해 대표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의지도 생겨서 꼭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함께 일한 덕분인지,

몇 마디만으로도 진심이 오갔고, 원했던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갔다고 생각합니다.


면담에서 도움이 됐던 문장 하나를 공유해 보면요,

“Je souhaite une reprise qui soit à la fois efficace pour l’entreprise et soutenable pour moi sur le long terme.”

회사에도 도움이 되고, 저에게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복귀를 원합니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개인 사정만 이야기하는 인상이 줄어들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대화의 톤을 잡을 수 있었어요.


면담 장소가 사무실이 아닌 카페라면?


저는 오랜만에 사무실 가서 동료들도 보고 면담할 생각에 조금 들떠있기도 했어요! 그런데 당일날 대표님이 저보고 회사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이 부분이 저는 은근히 불안한 포인트였어요. 사무실이 아니라 카페에서 보자고 하는 건 안 좋은 신호일까?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편안한 자리에서 사적인 얘기와 회사 얘기 모든 걸 나눌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HR이 없는 회사에서는

•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 공식적인 평가 자리로 느껴지지 않게 하려고

카페를 제안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하더라고요.



복직 면담에서 꼭 확인해 두면 좋은 체크리스트


면담 중에는 아래 정도만 자연스럽게 확인해도 충분한 것 같아요.

• 복직 후 당분간의 우선순위 업무

• 근무 시간이나 재택 등 유연성 가능 여부

• 현재 팀 상황과 내 역할의 위치

• 향후 몇 달간의 현실적인 기대치


회사의 현재 상황에 따라 내가 돌아갔을 때 어떤 업무와 고객사를 맡게 되는지, 장 단기적으로 대표가 기대하는 나의 역할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고, 면담 자체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보니, 제가 임신 중일 때 예민한 문제였던 재택 문제에 대해서도, 필요하고 원한다면 주 2회까지 할 수 있다는 (정말 원하는 말을) 얘기도 끝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육아휴직 후 복직은

‘다시 증명해야 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새로운 조건에서 다시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괜히 혼자서 “이걸 말해도 되나”, “너무 요구하는 건가”라고 스스로를 위축시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사도, 그리고 나도 지속 가능해야 오래갈 수 있으니까요.


프랑스에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라면,

복직 면담은 그 시작을 잘 정렬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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