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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쥴스 May 26. 2022

나의 지향점 '돕는 사람'

 가까운 지인의 아버지 조문을 간 적이 있다. 전해 듣기로 아버님은 생전에 큰 사업체를 운영하셨고, 청담동에 넓은 한강뷰 아파트를 보유할 만큼 큰 부를 이루신 분이다. 큰 사업을 하시던 분의 장례식이니 조문객들이 붐비겠구나 싶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가야 하나 망설이기도 했지만 평소보다 더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런데 웬걸. 예상과 다르게 도착한 그 곳은 너무나 조용했다. 아니, 적막하다 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앉아 멍하니 자리를 지켰다. 중앙에 놓인 영정사진이 유난히 더 쓸쓸하게 보였다. 내 기준에 아버님은 인생에서 '성공'하신 분이었다. 하지만 이 성공에는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있었다.


문득, 데이비드 브룩스의 <두 번째 산>이 떠올랐다. 작가의 말에 도무지 공감할 수 없어서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 덮었던 이 책이 왜 별안간 생각이 났을까. 이 책은 인생이란 두 개의 산을 오르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첫 번째 산에서는 자아의 욕구를 채우고 주류 문화를 따랐다면, 두 번째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도덕적 기쁨, 상호 의존성, 관계성을 중심으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어른으로서 사는 최고의 인생은 직업에, 가족에, 철학이나 신앙에, 공동체에 헌신하고 또 그 헌신을 계속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다. 어른으로 사는 인생은 다른 사람들에게 약속을 하고 또 그 약속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인생은 서로에게 조건 없는 선물을 주는 데 있다. -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첫 번째 산을 오르다 멈춰버린 성공은 공허하다. 누구에게나 고통의 시기는 찾아온다. 삶의 위기가 닥쳤을 때, 부와 명성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위안과 회복이 되어 주진 않는다. 결국 삶이 혼자가 아닌 함께의 이야기임을 우리는 깨달아야만 한다.



친정아빠는 평생 사업을 하셨다. 아빠의 기질을 상당 부분 많이 물려받은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작은 사업들을 반복해서 벌렸다. 동대문에서 옷을 떼다가 블로그로 팔기도 하고, 상품 상세페이지를 만들어 팔기도, 유료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내가 크고 작은 일을 벌일 때마다 아빠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겨야 한다."라는 말씀을 반복해서 여러 번 강조하셨다. 이만큼 강조하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믿고, 사람을 남기기 위해 시간과 진심을 쏟았다. 아빠의 말씀은 옳았다. 벌린 일들이 모두 잘 되었음은 물론이고, 나의 성공을 응원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생겼다. 그들은 내 인생이 슬플 때, 힘들 때 늘 곁에서 큰 힘이 되어준다. 나의 기쁨을 자신의 일처럼 진심으로 기뻐해 준다.


사업과 인생은 많이 닮아있는 듯하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면 결국에는 망하거나 외로워진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는 '돕는 사람'이다. 내가 읽은 책, 나의 경험에서 얻은 영감들을 잘 정리하고 전달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인생의 지혜를 얻기 위해 내 뉴스레터를 찾았으면 좋겠고, 좋은 사람들과 연대하며 성장하기 위해 내가 만든 커뮤니티를 찾았으면 좋겠다. 나아가 곧 내가 만들 공간 '본느샹스 라운지'가 읽고, 쓰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를 원한다.


이런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줄도 알아야 한다. 눈앞의 이익을 좇느라 사람을 보지 못하는 실수는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세밀하게 다듬지 않더라도 삶에서 지향점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인 듯하다. 내가 만약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목적으로 살았다면 내 인생의 경로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떠올려보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더불어 나도 함께 도움 받으며 ‘돕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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