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by 정이나

이 책의 리뷰에 붙어 있었던 말 중에 가장 많은 내용은 바로 '한번에 읽어 내려갔다.', '눈을 뗄 수 없었다' 였다. 역시 그랬다. 그 이유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라기 보다는, 마치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뺑소니 자동차 사고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겁많고 어리석은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리석은 실수를 한다. 잘못 판단할 때도 많다. 그런데 그로 인해서 누군가가 죽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감옥에 갇혀 십수년을 지낸다고 해서 속죄가 온전히 이루어지진 않는다. 당신이 양심을 지닌 인간이라면 자신이 만들어 낸 망령 속에서 평생을 괴로워하며 보내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비뚤어지고 비딱해져서 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도 없는 인간이다. 되도록 속죄하는 마음으로 바르게 살려고 해도 내적 외적 문제 때문에 그러기가 쉽지 않다.


마음이 무척 아프고, 가해자에게도 피해자에게도 똑같이 공감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입장을 정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책을 읽어내려갔다. 어느날 밤은 마음이 너무 무거워지고 또 무서워져서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섰을 때부터는 피해자 가족에게 닥친 기억력 상실 증상이 부각된다. 그는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가해자인 쇼타의 근황을 계속 추적하고 그와 접촉할 기회를 얻으려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복수인가? 복수는 아니다. 무슨 깊은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는 피해자이고 가해자는 가해자이지만, 다른 사건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다. 피해자는 십수년 전에 가해자였을 수도 있다. 그러한 죄책감과 망령의 수레바퀴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들은 드디어 만나 각자 일말의 평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좋은 이야기다. 나는 픽션을 읽을 때 엄청난 수작인가 아닌가를 따지지는 않는다. 이야기에 개연성이 있고 지루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우며 인간성을 지니고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독자의 마음을 흔들고 생각하게 한다면 충분하다. 그것이 바로 수작이라고?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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