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3시 반에 깨서 화장실에 가는데 가는 길에 뭔가 달큼한 냄새가 나고 쏴아~! 하는 소음이 들려서 불길했다. 약간 연기 냄새 같기도 해서 주방 하이라이트를 살펴보니 불이 들어와 있지 않았다. 화장실에 가니 소음은 더 크게 들렸다. 무슨 물이 찬 동굴에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였다.
화장실 안쪽에 있는 보일러실 문을 여니 진풍경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액체가 보일러실 바닥에 높이 한 뼘이나 차 있었다!
"으앗!"
나는 그 액체가 등유인 줄 알고 혼비백산했다. 우리집은 옛날 한옥을 30년 전에 개조한 주택이라 보일러실 안에 커다란 철제 등유 탱크가 있다. 보일러실이 넓고 바닥도 깊은 편이다. 얼른 남편을 깨웠더니 남편이 잠에서 덜 깬 채로 화장실로 달려왔다. 같이 가 보니 보일러에 연결된 파이프가 파손되어서 액체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남편은 허둥지둥 보일러를 끄고 밸브를 잠그더니 집 밖에 나가서 수도를 잠갔다. 그리고 물로 판명된 그 액체를 퍼냈고. 세상에나. 집이 오래되니까 이런 일이 생긴다. 남편 없으면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
AI한테 물어보니까 그걸 발견하지 못했으면 집이 침수됐을 거라고 한다. 그러려나? 우리집은 보일러실 바깥에 큼지막한 화장실 하수구가 있으니 그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 같지만 어쨌든 더 난리가 났겠지. 보일러실에는 다른 물건들도 많아서 다 젖어 버렸겠지.
그나마 밤에 꼭 한 번 깨는 습관이 오히려 화를 줄였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