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 아님! 소소한 행복과 성장 이야기!
할머니 손에 대필하는 사람으로 자란 손녀의 나레이션이 이어지는 이 오디오북은 무려 500분짜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해를 보내면서 츠바키(동백나무) 문구점에서 아이들에게 문구를 팔고, 가끔 들어오는 대필의뢰를 맡는다. 사연들도 가지가지다. 돌아가신 아빠를 대신해서 엄마에게 편지를 써 달라는 의뢰, 돈 빌려달라는 요청을 거절하는 편지 의뢰, 해마다 있는 연하장 발송 의뢰, 이혼 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려달라는 의뢰... 등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마음으로 '빙의'하여서 필체도 문체도 다양하게 수많은 편지를 쓴다.
종이나 필기구의 사용도 다양하다. 쓴 사람의 굳은 의지를 나타내고자 할 때는 양피지까지 꺼내 쓴다. 양피지에는 잉크로 글을 써야 하는데 현대의 만년필은 양피지와 맞지 않아 깃털로 쓴다. 깃털로 쓴 글은 처음에는 희미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진한 갈색을 띤다...등 (하도 오랫동안 오디오북을 들어서 앞부분의 자세한 사연 같은 건 당장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느 것 하나 생각과 마음이 닿아 있지 않은 건 없다. 우표에 그려진 그림도 분위기에 맞는 것으로 고르고 편지 봉인에도 신경을 쓴다.
사이사이에는 다정한 이웃들과 자신을 엄하게 길러주신 할머니에 관한 에피소드도 곁들여져 있다. 애정 표현은 거의 없이 엄하게만 키운 할머니 아래서 한때는 엇나가기도 했지만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그런 할머니와 마음속에서 화해를 이루게 된다.
담담하고 따뜻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일본 특유의 분위기나 사고방식 등도 깊이 음미할 수 있다. 성우의 목소리가 아니라 평범한 학생의 목소리 같은 소박하고도 쾌활한 나레이션이 참 정겨웠다. 즐겁고 행복한 500분의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