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과 메신저

천천히 말을 고르자

by 정이나

메신저와 이메일 덕분에 비대면 업무의 비중이 높아졌다. 물론 그전에도 메신저와 이메일은 있었지만 업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실제 만남'이었다.


회사 안에서 얼굴 맞대고 기획 회의도 해야 하고, 신문사 기자도 만나서 우리 신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작가도 직접 찾아가 만나야 하고, 외주를 쓰게 되면 그쪽 대표와 담당자를 만나야 하고, 해외 도서 에이전트도 여러 명을 각각 찾아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전화 통화도 무척 많았다. 사무실 전화가 때르릉 울리면 무조건 받았고 그렇게 수많은 일을 거쳤다. 해외의 신간도 우편을 통해 직접 주고받았고, 해외 도서전에 직접 가서 넘쳐 나는 리플렛과 실제 도서를 싣고 한국에 와서 검토하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서 그런 건지, 비대면 사회가 되어서 그런 건지 실제 만남이 확 줄어들었다. 사실 작가 섭외할 때 실제 만남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전화 통화도 하지 않는다. 대부분 이메일과 메신저로 소통한다. 한 번도 만나지 않고, 목소리로 들어보지 않은 채 모르는 사람과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주고받고 결과물을 받고 피드백하고 책을 내고 잔금을 주고 증정본을 주고받고, 해마다 인세를 정산해서 부친다.


물론 원하면 언제든지 전화도 걸 수 있고, 만나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신다. 하지만 서로 그럴 필요를 딱히 느끼지 않는 것 같다. 해도 좋지만 하지 않아도 일에 큰 지장은 없는 것 같다.


해외 도서만 해도 이제는 PDF로 된 검토서를 주고받으니 일이 확 줄었다. 해외 출판사와 실제 미팅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하더라도 서로 얼굴이나 보자는 의미일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해외도서전에 참석할 일도 많이 줄었다. 물론 우리 회사가 일인기업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여기저기 외주일을 해 보면 다른 곳도 비슷한 추세인 것 같다.


따라서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낼 때 무엇보다도 의미를 분명하게 쓰는 게 무척 중요하다. 필요한 내용을 모두 담되, 의문이 생기지 않도록 명확하고 친절하게 말을 골라 써야 한다. 일하다 보면 짜증이 나거나 화날 때도 있지만, 바로 표현하지 않고 글로 쓰니, 생각할 시간도 많고 오해나 실수도 줄어든다. 나는 이런 방식이 한 템포 쉬어가며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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