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저튼 시즌 4>
오늘 넷플릭스에 올라온 브리저튼 시즌 4의 3개 에피소드를 연달아 봤다. 첫 번째 충격은 브리저튼가의 딸, 프란체스카의 남편 존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엄청난 슬픔이 아닐 수 없다. 프란체스카는 재능이 많고 귀여운 여인이지만 낯을 무척 가리고 조용한 성격이라 가십 많고 떠들썩한 사교계에서 생활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를 존중하고 함께 아무말 없이 있어 주는 존은 정말 멋진 캐릭터였다. 그런데 그를 그렇게 죽이다니, 쇼크였다.
사실 그가 왜 죽었는지 드라마를 보는 와중에도 알 것 같았다. 그의 죽음은 바로 베네딕트 브리저튼과 소피를 이어주기 위한 장치였으리라 생각한다. 삶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면 꼭 붙잡아야 한다는 위기 의식을 주인공들에게 주기 위해서이다. 여기까지도 그냥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충격인 건, 소피의 신분을 간단히 세탁한 점이었다.
알고 있었듯 이 드라마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다. 나도 이 드라마를 볼 때는 마음이 무척 가볍고 재미를 느낀다. 가족적이고 로맨스가 넘쳐나고 화려하고 볼거리도 많다. 재미를 위해 이런저런 유치한 장치도 넣고 얼렁뚱땅 넘겨버리는 부분도 그동안 있긴 했지만 이번엔 조금 찝찝한 느낌이 든다. 진실이 중요하지 않는가? 귀족과 하녀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인 소피를 간단히 귀족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도 죄를 저지른 다른 귀족과 타협해서 거짓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여왕은 묵인한다. 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찝찝한 결말인지? 나는 좀더 승리하길 바랐다. 알고 보니 소피가 진짜 귀족이었다든지, 아니면 이 모든 진실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신분 차이 나는 결혼을 인정한다든지, 베네딕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택한다든지, 뭐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실제 삶 역시 얼렁뚱땅 잃거나 얻는 것이 많다는 점까지 반영한다면 그리 어처구니 없는 결말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이 드라마는 판타지고 환상이다. 해피엔딩을 위해서라면 무얼 못 하겠는가? 다만 그 과정에 선량한 프란체스카 커플을 희생시켰다는 점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