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가짜 산모 수첩>
글이라고 할 것도 없는 이 일기를 요즘 소홀히 하다 보니까 더욱 무엇을 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오늘 하루쯤 건너뛰어도 괜찮겠지, 이렇게 꾸준히 써왔으니까 라고 생각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이렇게 점점 글쓰기와 바이바이하게 되는 거다.
어제 <가짜 산모 수첩>이라는 짧은 소설을 읽었다. 여성이라고 해서 사무실의 허드렛일을 몽땅 도맡은 여자가 어느 날은 화가 나서 별안간 사람들에게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렸다. 임신했으니 입덧때문에 커피 냄새를 못 맡겠어서 설거지는 못하겠노라고. 그런데 그 여자는 미혼에다 남친도 없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홧김에 한 말이지만 어쨌든 내뱉은 말, 그때부터 여자는 임신한 여자가 되어서, 누군가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정시퇴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사무실의 허드렛일에서도 차차 해방된다. 저녁시간이 늘어서 음식을 직접 해 먹거나 도시락을 준비할 수 있게 되어 건강도 좋아졌다. 사무실의 '남자들'도 자기 손님에게는 커피를 내갈 수 있게 되었고 주변 정리도 할 줄 알게 되었다.
여자의 옆자리에 앉는 남자는 오래도록 아이를 가질 수 없었어서 그런지, 유독 여자의 임신 소식에 흥분을 했다. 아이가 남아냐 여아냐부터 이름을 뭐로 지을 거냐는 질문까지 퍼부어댔다.
여자는 임신 주수가 늘어나면서 앱에다가 산모수첩까지 적기 시작한다. 그리고 임신부 에어로빅까지 나간다. 거기서 만난 진짜 임신부들과 친구가 된다. 처음에는 배에 뭔가 넣어서 임신한 것처럼 꾸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진짜로 배가 부풀기 시작했고, 태동까지 느끼게 된다.
이게 무슨 상상임신인가? 하며 혹시 들키면 어쩌지 하고 조마조마해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이 내용을 들려주었더니 남편은 그거 '사기'라고 뭐라고 한다. 물론 사기는 사기지만, 소설의 목적은 그게 아니다. 여자는 급기야 산부인과 검진까지 받는다. 초음파를 찍는다. 아기의 몸이 보인다. 그런데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아 의사는 의아해한다. 그러자 북받치는 울음을 터뜨린다. 여자는 정말 아기가 갖고 싶어서 상상임신을 했던 거고, 자신의 기만을 알기 때문에 운 것일까?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을 얻기 위해 임신과 출산을 해야만 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실제로 임신과 출산을 겪는 여자들의 고립감과 부당함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소설 속 여자의 대담함과 끈질김과 대박 사기에 신선함을 느끼게 해 준 소설이었다. 살짝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