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없는 독화살이 불러온 것
조용한 내 브런치에 갑자기 조회수가 1000회를 돌파하는 사건이 생겼다. 보니까 요즘 인기드라마 <브리저튼 4시즌>에 대한 짧은 감상 글이었다. 역시 요즘 이슈를 써야 돼. 하지만 이제 쓸 것이 없다. ㅎㅎ
또다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었다. 제목은 <숙명>. 추리소설이자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인생 소설이다. 이분의 작품은 추리소설로서 흥미진진하면서도, 인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와 문장을 지녔다. 그래서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부터 숙적이자 라이벌 관계인 두 사람은 서로 무척 달랐다. 한 사람은 열정적이고 리더십이 있으며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나 가난하다. 다른 사람은 냉소적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으며 그냥 공부해도 성적이 잘 나온다. 그리고 부자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각자의 인생을 살다가 어떤 계기로 둘이 다시 만나게 되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둘은 자신들이 닮았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설정 자체도 참 흥미로웠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욱 생각해 보게 하는 사건이 있다.
어떤 인간이 새로 발견된 과학 기술을 이용해 자신이 이득을 취하고자 한다. 그것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승인되지 않았으므로 불법이기도 하다. 그것을 막기 위해 몇몇 사람들이 각자 그 인간 살해 계획을 세운다. A는 독화살을 쏘아 그 인간을 죽이려고 한다. B는 권총으로 죽이려고 한다.
B가 가 보니, A가 준비한 독화살은 실은 독이 없는 화살이었다. A는 그 사실을 모른다. 독화살인 줄로만 알고 있다. B는 굳이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A가 죽이게 내버려두고 싶다. 그래서 몰래 독화살을 가져다 독 없는 화살과 바꾸어 놓는다.
결국 그 인간은 독화살을 맞고 죽었다. A는 경찰에 잡혀서 죄를 자백한다. 그럼 B의 죄는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뭐 이런 류의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작품 속에서는 화살을 바꿔치기 한 증거가 없어서 결국 그냥 넘어가지만...
살면서 모든 경우를 생각해 그에 알맞는 정답을 정해져 있을 순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답을 쉬이 내기 어려운 문제가 인생에는 너무도 많다. 그런 모순과 찝집함을 늘 달고 사는 '인간들'에 대한 깊이 있는 추리소설이다. 재미나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