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하드 입양
집에 외장하드 하나를 입양했다. SSD는 너무 비싸서 HDD를 샀는데 여기에 데이터를 몽땅 담아서 집에 오는데 정말 두근두근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고 2시간 걸려서 왔다. 그날따라 열차도, 버스도 안 와서 기다리는 시간만 30분이 넘었던 것 같다.
원래 가방을 팔뚝에 걸고 덜렁덜렁 걷는데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손에 들고 팔을 내렸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 탈 땐 양손으로 들고 가슴높이까지 끌어올리기도 했고. 괜히 이거 고장나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집에 와서 연결해보니 '왠걸?' 인식이 안 된다! '운반할 때 흔들렸나, 고장났나?' 다행히 다른 포트로 바꿔 끼었더니 된다. 그런데 문제는 포트 케이블이 넘 짧아서 놓을 데가 피시 본체 위밖에 없다. 그곳은 안정성도 떨어지고 좀 별로인데 싶었다. 뒤에 꽂자니 뺐다 꼈다 하는 게 힘들 것 같고.
생각끝에 usb연장 케이블을 사기로 하고 다이소에 갔다. 그랬더니 연장케이블이 2미터짜리밖에 없는 데다 그마저도 2.0이다. 3.0을 사야 해서 이마트에 갔더니 거기는 연장케이블을 아예 팔고 있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2.0짜리를 다이소에서 사들고 와서 연결해 보았는데 역시 인식도 안 된다. 결국 컴퓨터 뒤쪽에 꽂을 수밖에 없다.
컴퓨터 위치를 조정해서 뒤쪽에 사각 바구니 안에 넣어 안정된 자리를 마련하고, 짧은 케이블을 끼워 보니 겨우 맞는다. 컴퓨터 포트가 왜 이렇게 높은 데 있는 건지? 하여튼 외장 위로 뭐가 떨어질까 무서워서 작은 미니 달력 안 뜯은 걸로 뚜껑처럼 덮고 그 위에 무민 부부 인형을 올려놓았다.
연결해 보니 잘 된다. 역시 줄이 짧아야 되고, 뒤쪽이 더 잘 되는구먼.
어제 이 모든 공작을 하느라고 오후 시간을 다 보내 버렸다. 저녁에 왔다갔다 하면서 무민 부부를 보면서 그 아래 외장을 생각하니, 무슨 반려동물을 입양이라도 한 듯 기분이 정겹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나도 참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