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면 아쉬운 맘이 크다. 다음 날이 월요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일요일 오후부터 미리 걱정하기 때문에 이미 주말의 휴식은 끝나고 한 주가 시작되었다고 봐도 된다.
그전에는 주6일 근무였기 때문에 온전히 쉬는 날은 일요일 하루밖에 없었다. 그날만큼은 집밖으로 나가기가 싫어서 하루 종일 집 안에 있었는데, 실내에만 있어서 그런지, 네 식구가 다 좁은 집안에 있어서 그런지 머리가 무척 아프곤 했다.
지금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쉬지만 눈깜짝할 사이에 일요일 오후가 되곤 한다. 지금처럼 한 오후 5시쯤 되면 다음날의 일이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슬슬 진공청소기를 들고 청소를 하기 시작하고, 저녁을 준비한다. 아쉬움이 가득찬 마음으로 시간을 마음속으로 재기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남은 시간을 좀더 뜻깊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그러나 결국 스트레스와 초조함을 달래려는 목적으로 넷플릭스에 빠지곤 한다. 한 주의 시작을 위해 일찍 자자는 다짐도 잊고서 다음 화, 또 그다음 화를 클릭하곤 한다.
그래서 오늘은 <빨강머리앤>을 틀었다. 사실 그저께부터 틀었다. 캐나다에서 만든 이 드라마는 몇 년 전에 이미 봤던 거지만, 다시 보니 새록새록이다. 당시에는 어린 아들과 같이 봐서 잘 감상을 못했는지, 그땐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여 더욱 재미있다.
일요일 오후에는 역시 피아노 연습도 빼놓을 수 없다. 다음 날 레슨이기 때문에 연습의 마무리단계이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좀더 완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졸려서 하품이 나오는 연습은 일요일 오후를 더욱 나른하게 만든다. 그만큼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나 자신에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