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에 생긴 관심
오 기다리던 하드디스크가 왔도다! 사실 컴퓨터는 한 번 세팅해 놓으면 웬만해서는 건드리지 않는 게 중요하지만, 이번만은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 장착하면은 앞으로 영원히 건드리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본체에 연결된 플러그를 다 뽑고 나니 남편이 현재 디스크 용량 좀 체크하자고 한다. 그래서 뽑았던 플러그를 다시 다 꽂았다. 그런데 왠걸! 갑자기 모니터가 안 되는 것이었다. 전원은 들어오는데 화면을 띄우지 않는다. 플러그를 뺐다 꽂고 별짓을 다 해도 안 된다. 어찌 이런 일이!
그래서 남편이 보더니 왜 모니터 플러그를 그래픽카드에 안 꽂고 메인보드에 꽂냐고 한다. 아니, 내가 원래 꽂혀 있던 데에 꽂은 거지, 그래픽카드는 뭐고 메인보드는 뭐냐고 그랬다. 사실, 이번에 외장하드 꽂게 되면서 컴퓨터 뒤쪽을 자세히 보고 숙지해 둔 터였으니 망정이지, 원래 거기에 꽂혀 있었다고!
그리고 이번에 플러그를 다 빼고 보니 USB포트가 2가지가 있었다. 검은색과 파란색. 역시 이번에 알게 된 바 검은색은 2.0이고 파란색은 3.0이다. 파란색 쪽이 훨씬 빠르고 강력한 거다. 왜 그런 숫자가 붙었는지는 조사해 봐야 할 것이고.
하여튼 AI한테 물어보니 여러가지 방법 중에서 램을 뺐다 껴 보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자 남편이 램을 빼더니 금색 띠 있는 부분을 지우개로 쓱쓱 문지르고 다시 끼웠다. 왜 지우개로 문지르냐고 했더니, 옛날에 아는 선배가 그렇게 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오! 그런데 기적처럼 모니터가 들어왔다! 하드 장착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모니터에서 시간과 기운을 다 뺐다.
그렇게 해서 보니 컴퓨터 안에 SSD가 2개가 있고 HDD는 없더라는. 남편은 자기가 몇 달 전에 해 준 것을 다 잊어 버리고 있었다. SSD를 또 몇 개로 나눠 놓았는데 그것도 까먹었다고 한다. 하여튼 이번에 온 하드에 케이블도 나사도 없어서 집에 어딘가 보관해 둔 것을 찾아오고 어찌어찌 설치를 했다.
나는 이번에 좀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옆에서 열심히 구경했다. 지금까지는 남편한테 맡겨 버리고 관심도 없었는데, 내가 너무 무식해서 안 되겠다 싶었다.
내 컴퓨터는 유리로 되어 있어서 안이 훤히 보인다. 여태 유리에 종이니 메모를 잔뜩 붙여 놓아서 안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부터는 보이게 해 둘 거다. 안에 가장 크게 보이는 것이 그래픽카드, 동그랗게 팬이 붙어 있는 것이 씨피유, 길다란 슬롯에 꽂힌 것이 램, 납작하게 생긴 것이 SSD, 그리고 이번에 산 묵직한 것이 HDD이다. 그리고 맨 아래쪽 전원 꽂는 쪽에는 전기가 들어가는 상자 이렇게 있다.
다 조립 후 외장도 연결해 보았다. 새로 찾아낸 파란색 3.0포트로 하니까 왠지 더 빠른 것 같다. 인식도 잘 된다. 성공!
집에 컴퓨터가 잘 안되면 누군가 잘 아는 사람을 불러야 한다. 하지만 내가 직접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대학 때 관련 동아리를 든 적도 있지만, 한두 번 나가고 안 나가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서다. 결국 미혼 때는 동생의 남자친구(현 매부)에게 의지했고, 결혼 후는 남편에게 의지하고 있다. 그래도 여태 뭐가 뭔지 몰랐는데, 이번에 좀 알게 되었다. 속이 어떻게 생긴 건지는 적어도 알게 되었고, 참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는 관심없거나 싫었던 것도 어느 순간 관심이 생긴다는 게 신기하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갔다. 즐겁고 만족감이 느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