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시간과 건강 문제 때문이었다.
글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
->관련하여 정형외과적 통증과 내과적 합병증이 발생하였다.
둘째, 누군가 내 글을 자기 글이라 할까 봐 걱정되었다.
내 글과 이야기가 그다지 누군가 탐낼 만한 게 아니긴 하지만, 그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골치 아파졌다.
셋째,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올리는, 소용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 역시 브런치 글의 홍수 속에서, 읽는 글은 극히 적었다. 내 모습을 보면 딱 나오지 않나? 다들 자기 글을 읽어 달라고 아우성을 치지만 정작 남의 글은 잘 읽으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넷째,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
내 글이 습작이긴 하지만 누구나 적게라도 돈을 벌길 꿈꾼다. 그래서 브런치에 ‘응원하기’ 기능이 생겼을 것이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글 쓰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들이기 마련이다.
다섯째, 내가 쓰고자 하는 소설 및 동화는 브런치에서 인기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다른 플랫폼을 찾자니, 어차피 안 될 글을 가지고 애먼 데 시간을 낭비하긴 싫었다. 그 시간에 차라리 딴 일로 돈을 벌거나, ‘습작을 더 하자’고 생각했다.
여섯째, 공개한 글은 투고나 공모전에 내기 어려울 수 있다.
투고를 한두 번 해 봤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모르는 일 아닌가?’라는 생각에 공개가 꺼려지기도 했다.
하여 브런치를 쉬었다. 5개월 동안 완전히 잊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브런치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깜짝 놀라 열어 보니, 모 방송국 출연 섭외였다! 결론적으로 출연을 하지 않게 되긴 했지만, 위에 쓴 사항 중 ‘셋째,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은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거다. 내 글을 누군가 읽는다! 게다가 쓴 지 1년쯤 된 옛날 글이지만 읽혔다! 그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꽤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다시 브런치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위에 쓴 다섯 가지 우려에 대해 정리를 해 보았다.
‘첫째, 건강 문제’는 생겼을 때 좀 쉬면 된다고 생각하니 패스,
‘둘째, 글 도둑 문제’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정신으로 패스(소송을 두려워 말자),
‘넷째, 수익 문제’도 ‘밥 한술에 배부르랴?’ 꾸준히 하다 보면 글 실력도 늘고, 내 기록도 느니 ‘일석이조’!’,
‘다섯째, 소설 비인기’, ‘여섯째, 공모전 문제’도 ‘넷째’와 비슷한 생각으로 패스한다.
그러고 나서 브런치에서 소설 검색을 해 보니, 훌륭한 창작을 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이야기의 긴장감에 눈을 커다랗게 뜨고 긴 이야기를 끝까지 읽기도 했다. ‘이런 분들도 브런치에 올리는데,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분들의 글을 읽으면 그 심성의 깊이와 결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알아 간다는 느낌이 좋았다.
브런치를 특정한 목적 없이 사용한다면 블로그에 글, 일기, 일상 올리듯 나의 삶의 기록을 쌓아 가는 노트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블로그에 글 쓰는 것보다는 형식을 갖출 테고,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를 찾는 사람들도 이곳에 훨씬 많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