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에디터 이나 씨, 산골에 가다>는 소설이다. 처음에는 ‘소설’자를 안 붙였더니, 실화인 줄 알고 모 방송국에서 섭외 연락이 오기도 했다. 난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나도 이게 실화였으면 좋겠다.’
내가 쓴 이 러브스토리는 아마 내가 꿈꾸던 러브스토리일 것이다. 똑똑하고 카리스마 있고 자기 일에 애정과 열정이 있는 여주인공, 아무리 통통하고 안 이쁘고 천방지축처럼 굴어도 섬세하고 멋진 순정남의 사랑을 받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벌레 득시글대는 산골에 갖다 놓아도 빛이 나서, 주변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주는 매력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소설 속 산골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은 직접 겪은 것이었을망정, 아름다운 오두막을 배경으로 한 가슴 설레는 커플의 러브스토리도, 이웃과 친구의 사랑도 없었다. 머리 꼭대기까지 자란 풀숲을 헤치며 아픈 남편과 아직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를 끌고 산속 허름한 판잣집을 향해 산을 오르던 여정, 그 길을 올라 판잣집 문을 열었을 때 어김없이 마중 나오던 시커먼 곰팡내, 사람이 다닐 수 있을 만한 좁은 길마저 울타리로 막히고 또 막혀, 급기야는 장마철에 무릎까지 차오른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야 했던 일은 러브스토리라 부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힘들었던 기억만은 아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금명이가 엄마 애순이에게 “왜 그러고 살았어?”라는 애끊는 물음에 애순이가 꿈꾸듯 중얼거린 대답처럼, 그래도 그 속에는 ‘그림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변하지 않는 지근한 가족의 사랑, 이웃의 작은 배려, 자연이 내게 안겨 준 무수한 첫 경험들은 내가 얼기설기 엮어 놓은 이나 씨의 러브스토리에 다 담길 수 없었다.
‘나도 이게 실화였으면 좋겠다.’
복잡한 삶의 아이러니도 소설 속에서 보면 너무나도 단순하게 해결되고 그 과정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 소설은 내가 간직하고 싶은 남다른 기억에 대한 기록이면서, 내가 꿈꾸는 삶에 대한 바람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한 줄 한 줄 써 나가련다. 바라고 또 바라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