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본 고3에게

by 나온

100개의 질문, 100번의 생각

질문 89. 12월, 수학능력시험이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3 수험생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나요?

인생 선배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주변에서 많은 말들을 들을 거야. 친구들, 선생님, 부모님 등등.. 그런데 그 누가 뭐라 해도 정말 네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가슴 뛰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


'야, 경영학과에 가야 취업이 잘 된대'라는 친구들의 이야기.

'여자는 선생님이 최고지.'라며 교대에 가라고 했던 담임의 이야기.

그리고 전공 보다는 성적에 맞추어 제일 좋은 학교에만 가라는 이야기 등등..


나는 고민하다 결국 취업이 잘 된다는 경영학과에 들어갔어. 결론적으로는 나름 적성에도 맞았고, 취업도 잘 되었겠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다른 공부를 했더라면 지금쯤 난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궁금하긴 해.


거울을 보며 한 번 물어봐.

넌 뭘 좋아하니? 무엇을 좋아하니?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아지니? :)



그리고 혹시 수능을 망쳤을 누군가에게.

그 시절의 나는 수능을 망쳤어. 체력도 컨디션 조절도 다 실력이라지만 딱 수능 치기 일주일 전부터 많이 아팠거든. 수능 치기 전날까지도 병원에 누워 수액을 맞았어.


내가 중학생 때부터 공부를 참 열심히 했거든? 고3 때는 모의고사에서 언수외 모두 1등급만 받았었는데, 수능에서만 그러지 못하고 망쳐버렸어. 재수를 해야 하나 고민도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 그럴 돈이 없었거든. 물론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 기준에 망친 거라 국립대 경영학과는 갈 수 있었지만 말이야. 내가 했던 노력에 비하면, 수능을 치고 난 직후에는 실패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지.


학생 때 나는 내 방이 없었어. 근데 공부가 하고 싶어서 가족들이 잠들면 화장실에 가서 노란 불빛 아래에서 공부를 하곤 했어. 그렇게 몇 년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수능 날 컨디션 조절을 못해서 원하던 학교와 과에 가지 못해서 참 아쉽기도 했어.


근데 그래도 후회한 적은 없었어. 나는 그 안에서 또 다른 기회를 찾고, 더 열심히 살았거든. 4년 내내 장학금을 받고 다녔고 장학금 받아서 교환학생도 가고 말이야.


물론 여전히 어디선가는 대학으로 사람을 구분 짓고, sky가 아니면 대학도 아니라는 듯 차별하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니까.


지금의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나이가 조금 들어 돌아보니 수능, 대학 그거 별거 아니더라. 인생에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더라.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회사도 다녀봤는데, 그것도 별거 아니더라.


어디에 있던 낭중지추처럼 빛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네가 어디에 있든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거면 됐어.


그동안 정말 고생했어. 쓰담쓰담.

졸업 축하해! 앞으로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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