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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온 Jun 19. 2021

아는 동네

강릉에 살게 된 지 딱 1년이 되었다. 강릉으로 이사했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집에서 바다 보여??”


안타깝게도 집에서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시내에서도 조금 떨어진 곳이라 바다보다는 산이 더 잘 보인다. 처음 질문은 수도권 거주자들의 질문이고, 강릉 사람들이 하는 공통적인 질문도 있다. 


“왜 OO동에서 살기로 한 거예요?

“전세가 여기 밖에 없어서요.”


지금 사는 동네를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1년째 꽤 만족하며 살고 있다.     

집 앞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2개의 노선이 지나간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는 믿기지 않았지만 노선마다 하루 4번 버스가 지나간다. 이 정도면 솔직히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놀랍게도 몇 번 인연이 닿아서 버스를 탔는데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너무나 익숙하게 누리던 지하철과 버스가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강릉에서는 어디를 가려면 꼭 차가 필요하다. 덕분에 장롱면허를 탈출해서 요즘은 버스 탈 일이 없지만 언젠가 또 인연이 닿으면 기분 좋게 버스를 타야지.     


처음 이사 와서는 매일 집 근처 하천을 따라 걷고 동네 곳곳을 구경했다. 여기에 뭐가 있고, 저기에 뭐가 있는지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며 여기저기 사진도 찍었다. 특별한 것 없는 조용한 동네이지만 소소한 풍경을 좋아하는 내게는 새로운 구경거리가 가득했다. 이사 온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이전처럼 동네 구경을 자주 하지 않게 되었다. 잘 모르던 동네가 잘 아는 동네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익숙함과 소중함은 역시 반비례하는가 보다. 사람도, 환경도 한번 익숙해진 후에는 더 이상 이전처럼 마음을 쓰지 않게 되고 감사함을 모르게 되니 말이다. 이번 달에는 다시 동네 산책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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