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고 싫었던 이유

by 나온

100개의 질문, 100번의 생각

질문 53. 지금 있는 일터, 좋은(뿌듯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싫은(혹은 힘든) 이유는 또 무엇인가요?



지금은 일터가 없는 상태여서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터의 기준으로 작성합니다 :)


[좋은/뿌듯했던 이유]

0. 구내식당, 헬스장, 수영장 등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사내 인프라와 복지 등 직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들. 특히나 엄청나게 다양한 메뉴를 삼시세끼 제공하는 식당은 밥 차려 먹기 귀찮을 때 그립기도 하다.


1. 딱히 감정적으로 좋았다기보다 일할 때 편리했던 것은 거의 모든 것이 시스템화 되어 있다는 것. 다른 회사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종이로 하는 업무들이 대부분 전산화, 시스템화 되어 있다. 이것은 명암이 있는데 그것은 아래에서 말하겠다.


2. 이건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데 어딜 가나 회사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곳이 잘 없었다. 오지로 해외여행을 가도 있다는 것은 그냥 한국인으로서도 뭉클 +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쉴 때는 그만 보고 싶은데 계속 보여서 싫기도 하고 그랬다.


3. 국내도 그렇긴 하지만 해외에서도 어딜 가나 회사 이름을 말하면 기본적으로 대우가 좋았다. 터키로 출장 갔을 때는 호텔에서 웰컴 디저트를 줬는데, 무려 회사 로고를 디저트에 새겨 주었다. 초콜릿 모양도 제품 모양이었던 것은 안 비밀. (어딘가 사진이 있을 텐데.. 뒤적뒤적...)


하지만 퇴사 이야기에서 적었듯이 이 역시 현타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회사의 명함이 없는 나는 어떤 존재인가 하는 물음을 갖게 한다.


4. 삼성에 다니지 않았다면 정말 해보기 어려웠을 경험들을 많이 했다. 여러 가지 경험들이 많지만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하계수.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삼성의 전 계열사 신입사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벌어지는 축제가 있었다. 나는 공연 TF로 선발되어 한 달 반 정도 합숙훈련을 했다. 유명한 뮤지컬의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초빙되어 함께 합숙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하계수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뮤지컬 감독/배우 선생님들께 춤을 배워고 그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을 했을까. 그것도 맞춤 제작한 LED 의상을 입고 트론 댄스를 말이다.


회사와 관련된 물품은 거의 다 버렸지만 이상하게도 하계수 영상 CD는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순수하고 열정 넘쳤던 그 시절의 내가 담겨있어서 일까.




[싫은/힘들었던 이유]

1. 위에서 1번으로 말한 것이 싫기도 하다. 거의 모든 것이 시스템화 되어있다는 말은 나도 그중의 일부라는 것. 또 어떤 면에서는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느낌이랄까? (사실 이 영화를 보진 않았다. 제목만 놓고 하는 이야기임)


2. 퇴사 이야기를 하고 있는 브런치 북에서도 언급했지만 난 그저 Tiny한 부품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회사의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결국 '나'라는 톱니가 돌아감으로써 회사라는 거대한 기계는 돌아가고 성과가 나오지만, 나는 제자리에서 톱니바퀴만 돌리고 있는 거였어요. 꼭 내가 아니어도 되고 언제나 갈아 끼워질 수도 있는 게 부품이고요.
- 지난주에 쓴 '나 잘살고 있는 걸까?' 중에서


3. 언젠가 잡플래닛에 누군가 써놓은 기업 리뷰를 보고 격하게 공감한 적이 있다. 오래전이라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회사를 영화 트루먼쇼의 완벽한 세트장처럼 안락한 공간이라고 평했다. (트루먼쇼를 보진 않았는데 생각난 김에 봐야겠다!)


사실 이외에는 모든 직장인들이 일터를 싫어하는 이유와 다 비슷할 것이다. 미친 존재감을 지닌 또라이들의 존재, 꼰대, 사내 정치 등등. 며칠 전 답했던 회사에서 좌절했던 이유로 갈음한다.




매거진의 이전글면접관이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