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와 조의 지구한바퀴, 우리가 만난 사람들
네팔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처음 보는 이라니안이 당신을 집으로 초대한다면 초대에 응해도 좋다' 론리 플래닛 이란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말이란다. 그만큼 이란 사람들이 친절하고 착하다고... 그래서 여행 중 처음으로 카우치 서핑을 해보기로 했다. 호스트는 이스파한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님, 덕분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이란 사람들을 잔뜩 만날 수 있었다.
마흐무드도 학원생 중 한 명이었다.
이스파한을 둘러보러 나서는데 호스트가 우리를 불러 세운다. "점심같이 먹은 마흐무드 기억하지? 마흐무드가 너네랑 또 보고 싶데, 괜찮아?" 한다. "우리야 현지인 친구가 동행해주면 고맙지-" 하고 흔쾌히 수락했다.
정원이 예쁘다는 압바시 호텔을 시작으로 마흐무드가 전 여자 친구와 자주 데이트를 했었다는 하쉬베쉿 공원을 거닐었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자연스럽게 돼지고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마흐무드는 사냥을 해서 멧돼지를 잡아먹어본 적이 있는데, 너무 역한 냄새가 나서 먹기가 힘들었단다. 흐음 갑자기 생각이 뒤집히는 기분, 나에겐 양고기가 역한 냄새인데 이들에겐 양고기 냄새가 맛있는 냄새고 돼지고기 냄새가 역한 냄새구나. 그러고 보면 후각도 학습되는 측면이 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스파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소페산에 올랐다. 마흐무드와의 대화는 정말 흥미로웠다. 이란 정보국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한 에피소드. 펜타곤 수장의 데스크에 쪽지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이란 정보국 측이 놔둔 거였다 뭐 이런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여하튼 이란 정보부가 뛰어났으니 핵보유도 가능했을 거고, 이렇게 어지러운 중동 정세 속에서도 중심을 유지하고 있는 거겠지. 그러면서 자기는 이란이 언젠가는 잘될 거라 믿는다고 했다. 한국, 중국을 봐도 그렇고 역사가 있는 나라는 언제가 되었든 다시 일어난다고... 반짝이는 이스파한의 야경을 보면서 얘기하기엔 심히 거대한 주제였지만 마흐무드가 가진 페르시안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소페산을 내려와서는 마흐무드 집으로 향했다.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하는 마흐무드.
조서방이랑 사진을 한 장 찍어줬는데 갑자기 여긴 부엌이 배경이라 별로라며 잽싸게 자리를 바꾼다. 두 번째 배경은 마흐무드가 아끼는 최신형 티브이!! 오오- 최신형 티브이!!라고 했더니 남잔 티비지! 한다. 하아- 역시 남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 뒤로 이어진 의식의 흐름은 왕좌의 게임과 제이슨 스타뎀, 스파이, 멜리사 맥카시. 스파이는 나도 너무 좋아하는 영화라 나까지 남자들의 대화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러다 악기 얘기가 나왔다.
"아- 피아노, 기타? 우리는 그런 건 악기로 안쳐. 누구나 배우면 단시간에 연주할 수 있잖아, 우리 전통악기는 10년 배우면 중급자 되는 수준이야, 그게 악기를 배우는 거지-"
좀 멋진데?! 인정!!
마흐무드와의 마지막 대화 주제는 망고.
망고를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씨를 화분 위에 놔뒀더니 싹이 났단다! 싹이 난 뒤로는 흙에 묻어주고 물을 주면서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고, "내가 요즘 내가 사는 낙이야-"라고 한다. 조신하게 망고나무에 물을 주는 혼사남의 모습이란... 몇 년 뒤엔 집에서 망고 따먹는 남자가 될 수 있겠다.
코카콜라와 맥도널드가 없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고립국가, 이란.
이란에 사는 마흐무드는 오늘도 최신형 티브이에 열광하며, 왕좌의 게임을 기다리고, 내 나라 이란은 잘될 거라 믿으며, 20년은 더 배워야 마스터할 전통악기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