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와 조의 지구한바퀴, 우리가 만난 사람들
#1
캐서린을 처음 만난 건 플라야 델 카르멘의 다이빙 샵이었다.
세노떼 다이빙을 하기로 한 날 아침, 약속시간보다 10분 일찍 왔더니 다이빙 샵 문이 닫혀있었다. 사기를 당한 게 아닐까 잠깐 생각했으나 우리처럼 다이빙 샵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이는 서양 여자애 하나가 보였다. 창백한 피부에 속눈썹까지 하얘서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송이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멀리서 오늘의 우리 가이드가 뛰어온다. 곱슬머리 장발의 아르헨티노였는데, 카사노바의 21세기 버전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녀석은 첫눈에 캐서린에게 반해버렸고, 그날 그의 관심은 오직 캐서린이었다. 사랑에 빠진 아르헨티노는 가히 저돌적이었다. 하나하나 장비를 챙겨주고, 채식주의자인 그녀의 점심식사를 세심히 신경 쓰고, 이동하는 시간 내내 작업을 걸었다. 또 그걸 다 받아주는 캐서린도 대단했다. 거의 성인 수준. 결국 우리 셋은 내팽겨치다시피 세노떼 다이빙을 마쳤다. 옆에서 가만 보시던 훈이 형님 "이래서 내가 예쁜 여자들이 여행한 얘기는 안 믿어"
그렇다. 가는 곳마다 관심이 집중되며 모든 사람의 사랑과 도움을 받는 예쁜 여자들의 여행기는, 가는 곳마다 넘쳐나는 바가지와 사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50대 남성, 훈이 형님이 보기엔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훈이 형님이 이런 이야기를 몇 번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농담처럼 웃겨 넘겼었다. 그러나, 그날 캐서린과 아르헨티노를 목격하고는 훈이 형님이 왜 그렇게 억울해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2
호수가 예쁜 도시, 바깔라르에서 캐서린과 다시 마주쳤다.
캐서린은 너무 반가워하며 '같이 밥 한 끼 하자'한다. 선함이 퐁퐁 솟아나는 캐서린의 눈빛을 보면 그 누구도 절대 거절할 수가 없을거다. 우리 숙소 정원이 예뻐서, 우선은 우리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을 하고 보니 호스텔 룰이 눈에 들어온다. '투숙객이 아닌 사람은 숙소로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이미 약속을 했는데 어떡하나하고 있으니까 훈이 형님이 옆에서 "괜찮아. 캐서린은 그냥 들여보내 줄 거야." 하신다.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저기서 캐서린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온다. "Hi Bonnie-"
역시, 괜한 걱정이었다.
#3
맥주를 몇 병 마셨더니 배가 고파온다. 캐서린이 자기가 며칠째 가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같이 가볼래? 한다.
레스토랑은 야외 오두막같이 아늑한 분위기였다. 캐서린이 의자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며 물이 말라버린 화병들에 물을 넣는다. 그걸 보고 있자니 이 아이가 어떤 아인지 또 한 번 느낌이 왔다. 천성이 착하고 온화하다고 해야 하나, 더러운 걸 보면 치우고,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채우고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의식해서 하는 행동도 아니다.
#4
피자가 양이 많을 것 같아서 4명이서 3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그랬더니 캐서린을 며칠 봤다는 레스토랑 매니저가 울려고 한다. '왜 그래 캐서린? 너 안 먹어? 어디 아파?'
아니 왜 4명이서 3가지 메뉴를 먹을 수 있다고는 생각 못하는 걸까? 것보다 왜 당연히 우리 셋이 아닌 캐서린이 주문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하아- 정말 예쁘고 볼일이다.
쓸데없는 연구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 영국의 한 과학자가 핸섬맨 띠어리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의하면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콤플렉스도 없고 성격도 더 좋다는 것. 믿거나 말거나 우스개소리 같은 논리 같지만 겪어보니 꽤 맞는 말이다.
예쁘고 착한 사람, 잘생기고 착한 사람은 존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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