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가지, 인도 자이살메르

보니와 조의 지구한바퀴, 우리가 만난 사람들

by Bonnie

가지는 자이살메르 가지 호텔의 주인이었다.

한국말을 수준급으로 구사했는데 '아이고- 형님', '아이고- 누님' 할 때는 이 녀석 속에 한국인이 들어앉아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자이살메르에 머물 때가 하필 딱 디왈리 축제기간이어서 자이살메르에 갇혀버렸다. 그렇지만 다행인 것은 가지 호텔이 너무 좋았다는 것. 예쁜 인테리어, 자이살메르 성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뷰, 꼭대기층 한식당, 게다가 숙박료가 1박에 8천 원 남짓이었다. 원래 떠나고 싶었던 날에 떠나지 못하게 되자 가지는 특유의 시원시원한 웃음을 지으면서 "형님, 누님, 그 방 계속 써- 디왈리도 구경하시고-" 사실 디왈리라 예약이 넘쳐났을 텐데, 가격도 몇 배는 뛰었을 텐데, 그냥 우리가 머물던 방에, 가격도 올려 받지 않고 지내게 해 주었다. 오히려 자이살메르에 갇히게 되어서 다행이었달까.


며칠 갇힌 김에 우리는 가지 호텔 루프탑에서 삼시세끼 한식을 먹으며 뒹굴뒹굴 밀린 블로그를 했다. 그런 우리를 볼 때면 가지는 '아이고 우리 형님, 아이고 우리 누님, 먹고 쉬고 먹고 쉬고, 좋다 좋아-'하는데, 그게 어찌나 웃기던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지와 대화할 시간이 많아졌다.

가지에게 물어봤다. 왜 여행 오는 수많은 외국인들 중 한국인을 주로 상대하느냐고, 그랬더니 한국인들에게 한번 유명해지면 자연스럽게 몰려오는 습성이 있어서 사업에 도움이 많이 되어서란다. 맞는 말이었다. 인도는 사기도 많고 위험한 나라였고, 정보에 빠른 한국인들이 검증된 숙소나 식당을 찾아다닌다는 것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호텔들은 대부분 한식당을 같이 운영하고 있었고 가지도 그것을 벤치마킹한듯했다. 한식을 배우려고 인도 전역에 맛있다는 한식당을 찾아다니며 맛을 봤다고 했다. 한국인 손님들에게 레시피를 받기도 하고...

가지는 한국말을 따로 배운 게 아니라 그냥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혔다고 했다. 2년의 여행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인도인들처럼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을 본 적이 없다. 옆 나라 이웃나라 중국, 일본인들도, Kpop에 열광하는 남미 청소년들도 조금씩 한국말을 하긴 하지만 가지나 여타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인도인 상인들만큼은 아니었다. 교재나 강의 없이,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 다른 나라의 언어를 이만큼 맛깔나게 구사한다는 게 정말 가능한 건지. 대체 왜 그런 걸까. 인도인들이 특출나게 똑똑한 걸까 아니면 그만큼 돈벌이가 절박했던 걸까.


자이살메르를 떠나는 날, 가지는 쿠리사막 투어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아쉽지만 인사도 못하고 버스를 타러 갈 수밖에 없었다. 짐을 싣고, 티켓을 확인하고, 버스에 탔는데, 누가 헐레벌떡 버스로 뛰어올라온다. 가지다!

'형님, 누님, 가는 거 보려고 왔어-'

이 녀석, 별걸로 사람을 다 감동시킨다.


그 뒤로 만나는 여행자들에게서 가지에 대한 나쁜 소문도 좀 들었지만, 이상하게 믿기가 힘들었다. 우리가 본 가지는 뭐든 열심인, 아재 감성 충만한 유쾌한 청년이었으니까...

인도가 좋았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두 번 갈 곳은 아닌 것 같다고 답하는 나이지만, 가지는 다시 한번 보고 싶다.

가지라면 지금쯤이면 3개 국어 정도는 구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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