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수플레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난 뒤 한참 동안 화면에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멍하니 보며 그와 함께 흘러나오는 메인 ost를 듣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진하게 남는 여운. 탄탄한 스토리와 명배우들의 명연기 덕분이기도 했지만 유독 더 가슴이 먹먹하게 울리는 건 타이밍에 맞게 적절히 잘 흘러준 음악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센치해지는 조용한 새벽에 이불을 턱 아래까지 끌어안고 문득 떠오르는 추억에 젖어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필요했던 건 그 날의 사진도 그 날 썼던 일기도 아닌, 그 순간에 흐르던 음악이었어요. 누군가를, 어떤 순간을 떠올릴 때 음악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건 저에게 그리 기억에 남는 순간이 아니게 느껴질 정도로요.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순간을 한층 영화처럼 만들어주는 요소가 바로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한 무드로 흘러주는 음악인 것 같습니다.
종종 하나의 음악에도 듣는 사람마다 다 다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나를 너무나도 짜릿하게 만들어주었던 음악을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땐 별로 감흥 없어하는 것처럼요. 누군가가 '이 노래는 내 인생 노래야.'라고 했을 때 나에게는 그저 평범한 3분짜리 한 곡에 불과한 이 곡이 왜 그에게는 그토록 짜릿하게 다가왔는지 궁금했던 적 있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가끔 더 알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해집니다. 신기한 사실은 플레이리스트에 무슨 곡이 있는지 보여달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쑥스러워하며 그것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절대 안 보여주는 사람도 종종 있어요.) 그 이유는 아마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음악이 그 사람의 취향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이야기까지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일 거라 짐작해봅니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네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음악에 조예가 깊거나 전문적으로 음악에 대해서 잘 아는 '음. 잘. 알'들은 아닙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혼자만 듣기엔 아까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비가 오는 날엔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을, 너무 추워서 어딘가에 숨고 싶을 땐 숨어 듣기 좋은 음악을 한 편의 글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글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읽어내려가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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