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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 Feb 05. 2020

난 당신이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해

ep.1 Anne-Marie_Perfect To Me


읽고 쓰는 라디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수플레'첫 글을 쓰게 된 보니입니다. 첫 곡으로 어떤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가져와야 할지 고민을 나름 많이 했습니다. 저의 플레이리스트에서 꺼내고 싶은 곡들이 너무 많아서요. 어차피 차차 꺼내면 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이 갖는 의미는 정말 크니까요!






수플레의 첫 순서는 작년 한 해 동안 '2002'라는 노래로 대중들을 홀릭시킨 'Anne-Marie'의 다른 곡 ‘Perfect To Me'으로 해볼까 합니다. '2002'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18년에 나온 이 곡은 그녀의 편견 없는 가치관과 높은 자존감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노래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이 뮤직비디오는 노래의 가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입니다.

사랑스러운 앤 마리의 성장과정을 담은 비디오가 나오고 뒤이어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모습의 사람들, 얼굴과 몸에 큰 흉터가 있는 사람들, 보통의 친구들, 몸집이 크고 작은 사람들이 저마다 꾸밈없는 모습을 하고 등장합니다. 중간중간 완벽한 풀메이크업과 타이트한 복장을 하고 광고를 촬영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 그리고 그녀를 감싸고 있던 포토샵 보정 기술과 치장이 벗겨진 뒤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하고 나뒹구는 모습이 대비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Perfect To Me_ Anne-Marie (Officlal Music Video)



Don't feel like putting makeup on my cheeks.

뺨에 화장을 하고 싶지 않아.

Do what I wanna.

마음대로 하고 싶어.

Love every single part of my body,

내 온몸을 사랑해.

Top to the bottom.

머리부터 발끝까지.

I'm not a supermodel from a magazine.

난 잡지에 나오는 슈퍼모델이 아니야.

I'm okay with not being perfect.

완벽하지 않아도 돼.

'Cause that's perfect to me

내겐 그게 완벽한 거니까


No matter where I go, everybody stares at me.

어딜 가도 모두 날 쳐다봐.

Not into fancy clothes, I'm rockin' baggy jeans

멋진 옷이 아니라도 배기팬츠면 멋이 나.

Gettin' too close for comfort, But comfort is what I need.

너무 편한 거 아니냐고, 난 편한 거면 돼.

So I eat my body weight in chocolate and ice cream, ha.

난 살이 쪄도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먹어.

Maybe I bite my nails and don't think before I speak.

손톱을 깨물고 생각 없이 말하기도 해.

Don't fit in any crowd, don't ever get much sleep.

틀에 맞추지도 않고 많이 자지도 않아.

I wish my legs were bigger, bigger than New York city.

내 다리가 뉴욕보다도 두꺼웠으면 좋겠어.

And I'll love who I want to love,

사랑하고픈 사람을 사랑할 거야,

 'cause this love is gender free.

사랑은 성별과 상관없으니까.


Sometimes I wake up late and don't even brush my teeth.

가끔은 늦잠을 자고 이도 닦지 않아.

Just wanna stuff my face with leftover mac and cheese.

얼굴에 맥 앤 치즈도 그냥 묻혀놓고 싶어.

You know I get depressed.

우울한 때 있잖아.

Are you impressed with my honesty?

솔직해서 놀랐어?

Still I'll wear what I wanna wear.

그래도 입고 싶은 대로 입을 거야,

'Cause I'm cool with what's underneath, mmm

내 몸에 만족하니까.

I wanna kiss someoe that I'll never see again.

다시 못 볼 누군가와 키스하고 싶어.

I wanna go somewhere and go there with all my friends.

친구들과 어디론가 가고 싶어.

I wanna take my family to go and see Eminem, '

가족들 데리고 에미넴 보러 가고 싶어.

Cause my sister's been in love with him

내 여동생이 푹 빠져 있거든.

since like we were ten.

우리 열 살 때부터

 

If you don't wanna wear make up, don't wear make up.

화장하기 싫으면 화장하지 마.

If you don't wanna break up, then kiss and make up.

헤어지기 싫다면 키스하고 더 잘해줘.

Remember if you wanna you can go home.

집에 가고 싶다면 가도 돼.

You can say that enough is enough, ah.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돼.

Alright, this is your time.

이젠 때가 된 거야.

Time for your life to be yours.

네 인생의 주인이 될 때가.



[출처] [가사 번역 by 영화번역가 황석희] 앤-마리 (Anne-Marie) - Perfect To Me|작성자 워너뮤직 코리아




가사는 말합니다. 난 살이 쪄도 초콜릿을 먹을 것이고 뉴욕보다 두꺼운 다리를 가지고 있어도 괜찮으며 성별에 상관없이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할 것이라고요.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입고 싶은 대로 입으면서 내 인생의 주인이 될 거라고요.

무엇보다 '난 완벽하지 않아도 돼. 그게 나에게 완벽한 거니까(I'm okay with not being perfect. 'Cause that's perfect to me')'라는 마지막 가사가 눈에 띕니다. 그녀가 결국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이 한 문장이었을 겁니다.






늘 완벽하고 그래서 더 주목받는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남들보다 어떤 걸 더 잘할 수 있을까? 내가 특별하다는 걸 어떻게 더 보여줄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매년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관종'이었죠.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내가 올해 남들과 다르다고 할 수 있는 무엇을 했는지 기록해둔 일기장을 덮으면서, 흐뭇해하기보다는 다소 찌질한 마음으로 안심을 했습니다.

‘아, 올해도 괜찮(아보이)게 보냈다. 다행이다.'


그리고는 또 다음 해의 일기장을 펼쳐놓고 뭘 해야 할지 습관적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시작과 함께 이것저것 하며 부지런히 시간을 보내고 안심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어느 나이쯤에는 내가 원하는 완벽한 모습으로 살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내가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멋지게, 남들과는 다르게요.


그런데 어느새 제가 생각했던 그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 때에 거의 다가온 거예요. 정신이 번뜩 들더라고요. '나 제대로 살아온 거 맞나?'




매년 자신을 되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뭘 더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작년보다 더 반짝이는 모습이고 싶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렇게 부지런히 쌓아온 것만큼의 결과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모습은 되지 못한 채 그저 조금씩 더 나이만 들어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부지런히 달려온 시간들이 큰 의미가 없었다고 부정하기까지 하는 스스로를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느끼게 된 무렵쯤 운동에 빠져 살기 시작했어요. 매일 3-4시간씩, 심할 때는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헬스장에 출석체크를 했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거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몸은 당신이 하는 대로 결과를 보여준다. 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 광고 문구들을 맹신하면서요.




러닝머신 위에서 7.0의 속도로 빠르게 걷다가 숨이 가빠 오면 4.0으로 늦추고 숨을 고르며 걷는데 4.0 속도와 비트가 딱딱 맞아 자주 들었던 노래가 오늘 소개해드리는 곡인 'Perfect To Me'입니다.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주는 메시지들이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 집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한 줄 한 줄 지워나가던 제 모습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만들었어요.


6개월 간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초콜릿, 떡볶이를 잘 참아낸 끝에 결국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을 하고 바디 프로필 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을 하는 동안 남들보다 특별해지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매일 꾸준히 무언가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모습을 발견했지만 바디 프로필 촬영을 끝마친 동시에 올해 계획해 놓았던 몸만들기 프로젝트를 완료했다며 안심하고 있는 제 모습을 또다시 마주하게 되더군요.

 

네, 지금은 아닌 척 과거형으로 이야기해봤지만 저는 여전히 그 습관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고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 기록하는 건 지금도 쉽게 고칠 수 없는, 지난 세월 동안 저에게 찰싹 붙어있던 숙주 같은 특성이었어요. 올해 초에도 일기장에 무슨 계획이든 한 줄이라도 써놓지 않으면 불안해서 앞장을 덮지 못하는 모습을 마주하고 말았습니다.


또 노래 가사처럼 다리가 뚱뚱하고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모습이 나에게 완벽한 모습이라고 이야기할 자신은 없습니다. 아직 그럴 만큼 사회가 정의하는 '완벽함'의 기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나 봐요.

하지만 내가 정의하는 '나에게 완벽한 모습'이 '건강하고 멋져 보이는 몸매', '또렷하고 호감을 주는 인상',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는 여전히 먹고 싶은 초콜릿을 참을 거고 호감형 메이크업을 할 거고 하고 싶은 말을 잘 참아내겠죠.





결국 본인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기준을 남들이 아닌 스스로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이어리에 연간 계획을 썼다 지웠다하며 수정테이프질을 해대던 구질구질한 모습조차 저를 성장시켜온 원동력이었을 거예요. 더 반짝이고 싶어서 아등바등 노력하고 부지런히 살아온 그 모습이 제가 계속 지속시키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Perfect To Me(나에게 완벽한 모습)'인 것이죠. 그래서 이 곡이 주는 메시지는 '나에게 완벽한 내 모습이 무엇인지 찾자'가 아니라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사랑하자'가 될 것 같네요.



글을 쓰고 있는 마침 눈 앞에 보이는 거울을 보며 속으로 얘기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난 당신이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해. You look absolutely perfect to me!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네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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