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권나무 - 새로운 날
너를 처음 만났을 때 / 마치 눈이 오는 것 같이 / 아무리 눈 비벼 봐도 / 온 세상이 하얗게 / 어제가 없었던 것처럼 / 뒤돌아 문을 닫고서 / 사람들 사이로 하얀 옷을 입고
처음 기르던 꽃들이 말라갈 때에는 / 난 이유를 알지 못했네 / 내 목을 축이고 남은 물을 줄 때엔 / 내 그늘을 넓히고 남은 빛을 줄 때엔 / 나는 피고 꽃은 지고 / 나는 피고 꽃은 지고 / 나는 살고 너는 살지 못하고 / 난 이유를 알지 못했네
한결같은 빗속에 서서 젖는 나무를 보며 / 눈부신 햇빛과 개인 하늘을 나는 잊었소 / 누구 하나 나를 찾지도 기다리지도 않소 / 한결같은 망각 속에 나는 움직이지 않아도 좋소 / 나는 소리쳐 부르지 않아도 좋소 / 시작도 끝도 없는 나의 침묵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오 (...) 나는 하늘을 찌를 때까지 자라려고 하오 / 무성한 가지와 그늘을 펴려 하오 - 김광석,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