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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올 Feb 19. 2020

불안과 이별할 수 없는 우리들에게

ep.3 조용필_걷고 싶다

  

  안녕하세요 읽고 쓰는 라디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수플레'의 셋째 주를 담당하는 JUDY입니다. 수플레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마냥 설렜는데 이내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괜찮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그럼에도 제 생각을 서툴게나마 기록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용기 내서 써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조용필 [HELLO] 앨범의 표지 출처_나무위키


제가 가져온 첫 곡은요. 조용필의 <걷고 싶다>라는 노래입니다. 조용필이라는 가수를 떠올리면 왕년의 노래들을 떠올리실 수 있는데요. <걷고 싶다>는 2013년 4월에 발매된 [Hello]라는 앨범에 있는 발라드 곡입니다. 가사는 믿고 듣는 김이나 작사가가 참여했어요. <BOUNCE>라는 노래로 조용필은 시대를 타지 않는 가수구나 라는 것을 입증했던 것 기억나시나요? <BOUNCE> 그리고 타이틀곡이자 버벌진트가 피처링한 <Hello>라는 곡도 좋았지만 제 플레이리스트에서 가장 많이 재생되었던 그의 노래는 바로 <걷고 싶다>였습니다. 잠시 감상해 보실까요?


https://youtu.be/kumMqZaEZf4​ :

조용필_걷고싶다 M/V


13년 11월에 이 곡을 처음 들었습니다. 13년도의 겨울은 저에게 참 매서웠던 계절이었어요. 스스로의 모순을 처음으로 발견했던 때라고 해둘까요. 저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누구보다 상처를 줄 수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인간관계라는 절대 노력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한 해였어요. '불안'이라는 감정이 저를 지배했어요. 저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자부했는데 뭐랄까 많은 것이 저를 배신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온 '불안'은 스스로를 오랫동안 못난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매서운 칼날들이 제 마음에 비수를 꽂았던 그 해 겨울 저에게는 매 새벽녘 마음을 어루만져 줄 노래가 필요했습니다. 잔잔한 선율과 차분한 가사를 자랑하는 조용필의 '걷고 싶다'가 그중 하나로 선정되었죠. 그리고 지금까지도 불안이 다가올 때면 잠시 하던 것을 멈추고 이 노래를 듣습니다.



'불안'에 대한 단상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세 번 정도 읽었고, 아마 이번이 네 번째가 맞을 거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해결하고 싶었는데 네 번째 읽는다는 것은. 음 맞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그에 대해 구구절절 적어둔 책을 읽고 나서도 해소되지 않는다. 간격을 두고 다시 찾아올 뿐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 간격을 좀 더 늘리는 것 또는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한 번 더 극복해 보는 것뿐일 테다.

 

지난주 새로운 회사에 입사를 했다. 어색함 속에 주로 본인과 가까이 앉은 한 두 명과 인사를 먼저 나누고, 몇 번 웃어 보이며 친구가 되고 번호를 교환하며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기 시작한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의미로 말을 놓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이 순간을 즐기고 있구나 나만 이 공간이 낯설고 두렵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입사 4일 차에 지금의 느끼고 있는 감정을 함께 나누어보자는 취지의 교육이 있었고 참으로 시대가 좋아져서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서 각자 자신이 나누고 싶은 감정을 적어내면 앞에 보이는 스크린에 그 단어가 실시간으로 떠서 모두가 공유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쌓이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불안하다’였다. 두렵다. 힘들다. 낯설다 라는 자매품도 함께.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나는  타고난 걱정충이다. 사서 걱정한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아마 매 순간에 걱정할 거리를 찾아내는 대회가 열린다면 나는 분명 상위권일 테다. 결론을 먼저 하나 이야기하자면 '불안'이라는 감정은 내 인생에서 안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해도 중간 이상은 가는 아이가 바로 나였는데 이것저것 걱정이 되어 뭐라도 하려고 했었기 때문일 테다. 이제껏 나를 움직였던 원동력은 사실상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불안'이었다.


문제라고 느낀 것은 그다음이었다. ‘불안’은 나를 어찌 저지 그 과정을 통과를 하게 했지만 남는 건 '결과' 그뿐이었다. 결과가 가져온 보상은 항상 매력적이다. 하지만 영원하지 못하다. 무언가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나는  즐겨보거나, 받아들여보거나, 호탕해져 보거나 내 옆을 챙겨보지 못했던 것 같다. 불안을 잠재우고 과정을 잘 즐기는 것에도 배움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느낀다.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해 보니 무언가를 선택할 때 내 선택의 기준은 매번 가장 좋아 보이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도 멋지다고 할 만한 것만을 주로 선택한다는 데에서 나타난다. 그리고는 그것과 비교하여 내 현실은 한참 미치지 못하는 데 있다 보니 또 벌벌 떨면서 조금씩 나를 움직여볼 뿐이다. 한 번 즐겨보면 알 텐데, 잘 들여다보면 알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잃어도 괜찮은지 나는 정말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면 알 수도 있었을 텐데 언제나 헐레벌떡 걱정하고 불안하던 나는 그 불안을 잠재우고 싶어 가장 좋아 '보이는' 길을 주로 선택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날에는 잠시 무작정 뛰는 것을 잠시 멈추게 하는 브레이크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걷고 싶다>와 같은.



  힘을 뺀다는 것은 내게 힘을 주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든 일이다. 언제나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내게 ‘ 허허 괜찮아. 나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어’라고 말하는 순간을 꿈꾸지만 부끄럽게도 아직은 어렵다.



*제목 이미지 출처_KBS NEWS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네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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