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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 Jul 29. 2020

[수플레 특집호] 작가들의 여름 플레이리스트

혼자 '여름'휴가를 떠났을 때 함께 하고 싶은 플레이리스트는?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두 번째 특집호의 주제는 '혼자 여름휴가를 떠났을 때 함께 하고 싶은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지난주 수플레 작가 네 명이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눈 자리에서 특집호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얘기하다가 순간 딱 떠오른 거예요. 맞아요, 사실 올해는 왁자지껄 다 함께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조금 꺼려지는 시기인만큼 서운함을 좋아하는 노래로 달래 보자는 마음으로 선정한 주제랍니다.


이런 노래와 함께라면 혼자 어디로 떠나도 최고의 휴가를 보낼 수 있지! 하고 자신 있게 소개하는 작가들의 여름 플레이리스트, 구경하러 가보실래요?




CORE SAYs.
마루에 누워서 보내는 나의 리틀 포레스트,

   

취업 후엔 애매한 근무 스케줄 탓에 이틀을 연속으로 쉰 적이 없다. 무려 3개월 동안이나 한 번도! 여름휴가 때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5일. 지금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원대했던 내 휴가 계획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한다. 3박 4일의 단독 일정, 서울 근교의 독채 한옥을 통으로 빌린다. 통창이 있거나 대청마루가 있으면 더욱 좋다. 무엇보다 차도 다니지 않고 관광객도 많이 들락거리지 않는 조용한 곳이어야 한다. 준비물은 푹신한 베개, 빵빵한 스피커, 노트북, 그리고 와인잔 몇 개와 특별히 셀렉한 와인 네다섯 병 정도. 입실하기 전에 독립서점에 들러 그동안 찜해놨던 책도 몇 권 사들고 가야 한다.


날씨가 맑으면 맑은 대로 좋고, 비가 오면 나름의 운치가 있어 좋을 것이다. 무구한 풍경 속 한옥 처마 아래의 빗소리나 쨍쨍한 날 투명한 아침의 새소리는 생각만 해도 황홀하다. 하루 종일 뒹굴대다가 책을 읽고, 심심하면 노트북에 미리 다운받아놓은 영화를 본다. 여유롭게 가끔 글도 끄적대거나 그동안 밀린 일기를 써도 좋겠다. 그리고 매일 저녁엔 시간이 되는 친구들을 초대해 가볍게 와인을 마시는 거다. 소중한 사람들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완성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며 시간을 만끽한다. 그 나흘 동안은 내가 꼭 그 한옥의 주인 같은 시간, 내가 꼭 내 시간의 주인 같은 기분일 테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참고로 나는 지금 출근길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제 일주일 남은 나의 휴가, 게을러서 한옥 예약은 놓쳤지만 아무래도 좋다. 빨리 오기만 한다면. 그 귀중한 여름 한 페이지의 배경이 될 노래들을 일부 선공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 글을 읽는 모두 행복한 여름휴가 보내시길!


CORE's PLAYLIST for Summer Vacation
(한국어 해석이 있는 영상들로 모아봤어요.)

92914 - Okinawa

https://youtu.be/I04cdZkx3tg

Rachael Yamagata - Duet

https://youtu.be/xZzj1K8e49g

Chantal  Chamberland - What a difference a day made

https://youtu.be/mqokRsCibrY

Bahamas - All I've ever known

https://youtu.be/jOfaofCkHhY

​Foy Vance - Thank you for asking

https://youtu.be/73fXtFZVkkQ



영훈 SAYs.
여름의 바다를 사랑하게 되었다면,


살면서 이토록 여름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모든 계절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여름을 사랑하고, 여름 안의 바다를 동경하게 된 나.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취향도 태도도 조금씩 변하니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코로나가 끝나 두 팔 벌려 해방감을 만끽하며 떠나고 싶은 여행지는 인적이 드문 국내 어딘가의 남해바다. 그곳을 떠올리며 노래 5곡을 선정했다. 물방울이 맺힌 유리잔에 콜드 브루를 마시며 맞이할 아침의 여름 바람, 자연의 길로 들어가며 덜컹거리는 차 안의 라디오, 푸른 바다에 맨발로 뛰어들 때 느껴지는 뜨거운 모래알과 잘게 부서지는 파도, 노을 지는 바다에서 물비늘을 마주하며 추는 춤,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벌거벗은 밤바다 산책. 5가지 노래가 가장 필요한 순간들. 순간들에 함께할 노래들로 낭만적인 비밀 하나를 만들어오고 싶다.


영훈's PLAYLIST for Summer Vacation

Sufjan Stevens - Mystery of Love

https://youtu.be/4B2NwPWNYNE

Radio - The volunteers

https://youtu.be/0fKZ8szroBc

에이핑크 - Remember

https://youtu.be/bXlrqQKbjSM

Peach Pit - Tommy's party

https://youtu.be/tWcpLI-dmUE

오석준 -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

https://youtu.be/39GhXrrShJE



BONNIE SAYs.
이제는 가고 없는 바닷가엔 어느새,


"이번 여름 노래 리스트에는 무슨 노래를 담을까?" 여름이 다가오면 여름휴가 드라이브를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선정하는 건 두 딸의 몫이다. 아빠, 엄마에게 물으니 '너희가 좋아하는 걸로' 담으란다. 컴퓨터에 공 CD를 넣고 불법 음원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노래들을 검색한다. 우리 가족은 여름휴가를 장거리로 가니까 차에서 적어도 두세 시간은 들을 수 있는 분량이어야 하기 때문에 휴가 일주일 전부터 매일 저녁 노래를 다운받느라 바쁘다. 신나고 어깨가 들썩이는 아이돌 노래를 검색하다 말고 언니가 묻는다. "아빠, 엄마도 아는 노래로 담아야 좋아하지 않을까?" 두 초딩은 다시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어느새 여름휴가를 떠나는 차 안에는 7080 여름 노래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도 여름휴가를 위한 노래 선정은 두 딸의 몫이다. 그런데 여름휴가를 다닌 지 30년이 가까이 되어가지만 플레이리스트에는 30년 전과 비슷한 노래들이 가득하다. 구운 CD위에 '2002년-여름휴가 노래'라고 매직펜으로 제목을 적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블루투스만 연결하면 어느 곡이든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은 달라졌지만,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아빠가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들로 채워진다는 점은 여전하다. 그렇게 30년 가까이 여름휴가를 떠날 때마다 재생되어온 그 노래들은, 이제는 자취방에 누워서 들어도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묘한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던 백사장에서 비를 맞으며 라면을 끓여먹던 기억이나, 모기가 득실거리는 민박집에서 뛰쳐나와 차에서 옹기종기 잠을 자던 젊은 부부와 어린 두 딸의 여름휴가 장면들이 몽실몽실 떠오른다.


+ 올해 여름휴가를 위한 플레이리스트는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엄마가 좋아하는 미스터트롯 출연진들이 부른 트로트로 한 시간은 채워질 예정. 처음에는 탐탁지 않아하시던 아빠도 이제는 '영탁'의 '막걸리 한잔' 좀 틀어보라신다. 내 기억 속의 아빠, 엄마는 7080 노래를 여전히 좋아하는데, 어쩌면 이제는 그들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미스터트롯이 대세긴 한 듯...



BONNIE's PLAYLIST for Summer Vacation

이정석 - 여름날의 추억

https://youtu.be/mr05DkYwafI

비 오는 날의 수채화 - 권인하

https://youtu.be/_j7QH5s3T04

키보이스 - 해변으로 가요

https://youtu.be/8t5eoca5NJg

이장희 - 한 잔의 추억

https://youtu.be/IiIaGIcC8Pk

샌드페블즈 - 나 어떡해

https://youtu.be/WNbyLQDPrsU



JUDY SAYs.
뻔하고 익숙해도 괜찮은 시간엔,


적당히 익숙하고, 적당히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우리나라 곳곳에 아지트를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랄까. 어쨌든 시작은 너무도 뻔하고 뻔한 노래로 시작할 거예요. <김동률의 출발>과 함께.

"촉촉한 땅바닥 앞서 간 발자국 처음 보는 하늘 그래도 낯익은 길"

한나절 움직이고 나서 아직은 정해지지 않은 첫 번째 도시에 도착할 거고, 저는 그곳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첫 끼를 찾아 배불리 먹고 숙소에 철퍼덕 누울 거예요.


저의 여행 철학 중 하나는 ‘모든 것을 다 보고 올 생각하지 마라.’ 어차피 모든 것을 다 볼 수도 없고, 그 모두를 설사 다 본다 해도, 모든 것을 알고 올 수 없으니까요. 무언가를 보려 할수록 잃고 온 여정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아늑한 숙소에 잠시 제 몸을 쉬게 해 줄 거예요. 이왕이면 뷰가 좋은 숙소면 좋을 텐데, 뷰가 좋다면 저는 <Five for fighting의 chances>와 같은 노래를 들어줄래요. 저의 인생 영화 중 하나인 [블라인드 사이드]에 나오는 곡인데, 이 노래만 들으면 무언가를 새롭게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거든요. 이 곡의 분위기를 굳이 설명하자면, "한 편의 작품이 끝나고 마지막에 나오는 엔딩곡". 실제로 영화에서도 엔딩곡으로 쓰이고요. 그래서 누워서 듣기에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요.


맛있는 한 끼를 또 챙겨 먹고 야경을 잘 느낄 수 있는 어딘가로 갈래요. 널찍한 카페도 좋아요. 떠난 날의 밤이면 여러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나잖아요. 지금 주변의 상황에서부터 시작해서 결국은 ‘나 자신’으로 귀결되는. 그럴 때는 여전히 애정해 마지않는 <god의 길>이 생각나요. 또는 <김형석 작곡가의 The Sense Waltz>와 같이 가사 없는 은은한 멜로디에 생각을 입히기도 하고요. 자기 전까지 그러한 감성을 데리고 있다가 스르르 잠드는 그런 여행의 첫날밤. 아 - 미리 세팅해 둔 다음 날 모닝 송은 Ed sheeren의 Beautiful People입니다. (속닥)


JUDY's PLAYLIST for Summer Vacation

김동률 - 출발

https://youtu.be/wTeiabRmcsQ

Five For Fighting - Chances

https://youtu.be/_yuSKc7mUSY

god - 길

https://youtu.be/TMtcXyqG04k

김형석 - The Sense Waltz

https://youtu.be/HzPZCqZFGgk

Ed Sheeran - Beautiful People

https://youtu.be/74yb9E3WY1I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네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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