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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 Sep 02. 2020

춤추는 원숭이에게 누가 돌을 던지나

ep. 28 Tones And I_Dance Monkey


9월의 첫 번째 수요일의 수플레, 그리고 저는 2주째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평소에 집에 있는 걸 정말 못하긴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페도 갈 수 없어 꼼짝없이 집에서 몸을 비비고 앉아 일을 하는데요. 2주가량 지나 보니 그것도 나름대로 할 만하더라고요. 집에 있으니 시간이 의외로 금방 지나가서 어떻게 하루를 채울지 부지런히 궁리하지 않으면 그날은 '순삭'되기 십상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의 시작을 음악으로 채우는 것을 즐기게 된 요즘입니다. 차분한 노래보다는 좀 신나는 음악으로 활력을 찾고 싶은 시기라 선정하는 첫 곡은 바로 이 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0hyYWKXF0Q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본 너무도 유명한 노래라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무려 12억 회에 달하는, 'Tones And I'의 'Dance Monkey'입니다. 노래를 들으면 뒷목이 저절로 바운스를 타게 되는 신나는 리듬이면서도 멜로디는 왠지 모르게 어두운 느낌이라 가끔 센티할 때 들어도 어울리는 신기한 노래입니다. 가사는 어떨까요?


So they say

그들은 말해

Dance for me, dance for me, dance for me, oh-oh-oh

자신을 위해 춤을 춰달라고

I've never seen anybody do the things you do before

당신처럼 추는 사람을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They say, Move for me, move for me, move for me, ayy-ayy-ayy

그들은 말해. 자신을 위해 움직여 달라고

(중략)

Just like a monkey,

원숭이처럼,

I've been dancin’ my whole life

난 평생을 춤추며 살아왔어

But you just beg to see me dance just one more time

하지만 넌 내게 한번 더 춤을 춰주기를 애원하네


원숭이처럼 평생을 춤추며 살아온 그에게 사람들은 열광하죠. 한번 더 춤을 춰달라고, 당신처럼 추는 사람은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추켜세우며 말입니다. 그러면 그는 또 그들을 위해 신나게 춤을 추겠죠.


그런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춤을 추기 싫다고 말하면 어떨까요. 당신들을 위해 춤을 추기 싫다고 지쳤다고. 모든 사람이 그런 그를 비난할 거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손가락질하겠죠. 관심을 받은 덕분에 돈 벌고 잘 살았으면서 이제 와서 춤을 추지 않겠다고? 네가 뭔데?




인터넷 상의 악플은 단지 최근 몇 년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연예인들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 때에도 늘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것이 바로 손가락 살인마들이 남긴 '악플'이었습니다. 여기서 악플의 정의는 뭘까요?


우리는 올바른 지적과 비판을 빙자해 남을 함부로 평가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혹시나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나 돌아보고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눈이 벌건 좀비 떼처럼 달려들어 물어뜯는 댓글들을 보면 전혀 나와 관련되지 않은 일에도 숨부터 막히고 가슴 한쪽이 타는 것 같은 갑갑함을 느낍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는 그렇게 관대하면서 왜 남의 일에는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은 일에까지 달려 들어서 마지막까지 몰아붙여야만 하는 걸까요? 몰아붙이다 결국 벼랑 끝에 가서 뛰어내려야만 그들은 사라집니다. 아니, 가끔은 사라지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에게까지 고통을 줍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이 겪을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입니다.


'자신은 지은 죄가 없는 사람만이 그에게 돌을 던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악플을 보다 못해 '여기에 무자비하게 악플 남기시는 분들, 당신들은 꼭 남부끄러운 짓 하지 말고 깨끗하게 사시기 바랍니다.'라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러면 '나는 범법을 저지른 적이 없는데?', '너는 범죄를 저지르니까 찔리나 보지?'라는 논점을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가 돌아옵니다. 죄를 짓지 않았으니 그에게 돌을 던질 권리가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상황에서 궁지에 몰릴 수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돌을 던지는 사람에서 돌무더기를 맞는 사람으로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사회는 모두에게 열려있고 언제 어디서 누가 타깃이 될지 모르고, 나에게 돌을 던질 누군가는 익명이라는 그늘에 숨어 돌을 뾰족하게 갈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내가 그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한 번쯤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큰 죄를 짓지 않았어도 나의 사소한 행동이 표적이 되어 내 목을 조른다면? 이런 생각을 하고 악플을 쓰는 손가락을 멈춰주기를 바랍니다. 얼굴을 내놓고 할 수 없는 말은 익명이라는 무기 뒤에 숨어서도 하지 말아 주기를 부탁합니다.



 물론, 이 모든 외침은 악플러들에겐 공허함을 압니다. 그래서 사회의 자정작용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악플들을 신고해서 당사자가 그 글을 읽기 전에 삭제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이라는 것도 압니다. 하루에 적게는 10건에서 많게는 50건까지 신고하는 게 출퇴근길의 소소한 임무(?)가 된 지 일 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주변인들은 그걸 읽고 있는 과정이 정신적 스트레스만 줄 뿐이라며 차라리 읽지 않을 것을 권유합니다.

 읽지 않고 보지 않으면, 익명이 아닌 본명으로 만나는 현실의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깨끗함을 느낄 거란 걸 압니다. 그러나 그들도 일부는 익명의 그늘에선 악플러가 되고 말 거라는 사실을 압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두 시간씩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고 댓글 신고를 감행하는 사소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악플은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있을 거란 것도 압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정말 소용없는 일임을 슬프게도 매우 잘 압니다.


그럼에도 눈감고 있을 수가 없어 일부러 정신적 고통을 무릅쓰고 악성 댓글을 신고합니다. 전혀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에 대한 글일지라도요. 그런 의미에서 연예기사의 댓글창이 닫힌 것은 정말 기쁜 일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하루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좀 줄었거든요. 그리고 온라인에서 악플들과 싸워주는 사람들을 종종 보면 조용히 공감을 누르고 사라집니다. 수많은 비공감과 대댓글 테러 속에서 할 수 있는 응원이라곤 그것뿐이라 미안하지만 마음속으로 '힘내세요. 악플은 제가 신고할게요.' 되뇌며 또 악플러들의 바다를 헤엄칩니다.



주위 사람들 중 단 한 명이 나를 싫어한다는 걸 알아도 하루는 온통 불안해집니다. 다행히도 얼굴을 보고 이름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해결방안을 떠올려 볼 수는 있을 거예요. 그러나 혹시 나에 대한 나쁜 소문이 돌지 않을까, 왜 그는 나를 싫어할까 등을 생각하면 잠도 편하게 자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것도 그렇게 공포스러운 일인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남긴 글들에는 얼마나 독성 가득한 가시가 무자비하게 돋쳐 있을까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죽어, 죽으라고!!!' 외치는데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춤을 추는 원숭이는 그 자체로 즐거운 것이고 우리는 그걸 보며 그저 같이 즐거워하면 됩니다. 원숭이도 춤을 출 권리와 추지 않을 권리가 있고 기쁘고 슬프고 화낼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니까요. 유명인이라고,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들이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도 일반인보다 몇백 배 더 클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비판'이라는 구실 뒤에 숨어 '악플'을 달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다면 그 손가락을 멈춰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네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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