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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 Oct 31. 2020

데모 고모의 파우제

내가 좋아하는 독어 단어 중 하나 '파우제' - 쉼, 휴식

2019.3.15

며칠 친정(?)간 옆지기가 떠나기 전 곰국(?)을 끓여놓고 갔다.

아침부터 독어학교 다니다보니 시간이 바틋해서, 해놓고 간 고기 감자 스튜만 줄창 먹어대다가 결국 내 손으로 잡채, 팟타이, 박막례 할머니표 간장비빔 국수를 해먹고야 말았다.

이렇게 잘 먹고 있으니 염려말라고 인증샷도 보내고.


백만년만에 집에서 피어난 보라보라한 난꽃이 너무 이뻐서 입 오므리고 '오~' 할 때와 '와하하'할 때를 다 찍어보았다.

근래 조선시대에도 없었을 법 한 나라를 뒤엎는 너무너무 숭한 소식들과 더불어, 정체성과 내셔널리티에 대한 미칠듯이 난해하고 심오한 독어 대화에 질식할 것 같았는데, 

내가 여기서 여성의 날 여성이민자 시위를 준비하고 미투 후원 벼룩시장을 하고 한인 2, 3세를 위한 역사교실을 만들고 하는 것들이 다 무어냐 싶어서 우주적 회의감에 빠져들라고 했는데,


이 어지러운 마음 위로하듯, 보란듯이 보라 멍울이 속을 열어주었다.


이게 다 세상 이치 제 자리를 찾아가려는 몸부림이다, 네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너무 자괴감 갖지 마라, 너는 그냥 먼지 한 점이니까.

네 손으로 음식을 짓고 꽃 얼굴을 보면 웃고 이웃에 친절하게 그냥 살아라. 

슬프고 화나는 일들에는 감추지 말고 분노하고 함께 애닯아하고, 그치만 뭐 특별한 거 없이 넌 그냥 네 마음 가는 대로 해.


이런 말을 듣고 싶은 걸까.

파우제가 필요하다...


결국은...보라보라 난꽃의 위안을 받고 힘을 내었다는 네버네버 해피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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