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랬다. 그저 희망회로를 돌리며 다 괜찮을 거라고. 수익 0원, 나가는 돈만 있는 실은 마이너스. 첫 책의 정산금을 받는 여름이 끝나도 마이너스인 점. 이제는 희망회로를 돌리지 않는다. 그저 마이너스가 되지 않게 책 값을 올려? 그런 고민을 하지만 두 번째 책도 1만원의 금액을 책정했다. 우연하게도 첫 책과 페이지 수가 같았으니까.
인디펍에서 제일 열심히 팔리는데 공급률이 50%이다. 1만원의 책을 팔면 5천원이 나에게 돌아오는데 책을 만드는 비용과 입고할 때 드는 택배비, 표지 일러스트 제작 비용을 더하면 100부를 다 팔아도 1권당 1천원이 남는다.
인스타 홍보비를 12만원가량 썼고, 오프라인 독립 서점에 입고할 때 드는 택배비 또는 교통비가 조금, 서평이벤트로 무료로 책을 드리고 택배비를 내가 낸다. 크몽에 책 홍보를 위한 의뢰에 8만원을 썼다. 다음 달 영풍문고 기획전을 신청했더니 참가비 24만원을 내야 했고 북페어 참가비도 3만원을 냈다. 앞으로의 북페어 참가비도 내야 할 테니 몇십만원은 추가가 되겠지.
3쇄 재고가 54부가 남아있다. 300권의 책을 다 팔아도 수익은 마이너스 20~30만원쯤이다. 이게 맞나? 그런 의문이 들지만 '신생 출판사는 어쩔 수 없지' 그런 생각을 한다.
두 번째 책은 오프라인 독립서점의 정산 시스템도 너무 번거롭기도 하고, 내가 관리하기 힘들어서 인디펍을 통해서만 입고시키는 방향으로 바꿨다. 내 책은 예스 24와 알리딘의 빠른 배송 혜택을 누리지 못하지만, 수수료 10%를 지급하더라도 입고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인스타 홍보는 막무가내로 하지 말고 계획을 가지고 해야지. 돈을 쓰며 배우는 단계다. 원래 배움에는 돈이 드니까. 내 수익이 마이너스여도 나의 출판사와 계약을 해주신 진심으로 감사한 작가님들의 인세는 계약한 그대로 지급 예정이다. (혹여 이 글을 보고 불안해하지 않기를 바라며 덧붙이는 이야기)
두 번째 책도 영풍문고 기획전에 선정되면 좋겠다. 조금 더 팔리면 좋겠다. 점점 더 나아져 계약한 작가님들의 책은 정말 잘 팔려서 추가 인세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포부를 가진다.
기성 출판사들의 행태가 얼마나 아니꼬운지 안다. 작가는 한없는 을이다. 출판사가 서점의 을인 것보다 더한 을. 이름 없는 작가의 원고는 환영받기도 힘들고, 계약을 진행한다고 해도 1쇄 인세 무지급인 경우도 있다. 7%가 되지 않는 경우는 허다하고, 1%로 계약을 했다는 작가님도 봤다. 선인세는커녕 1쇄 책도 발행부수가 아닌 판매부수로 인세를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불공정 계약이 만연하는 출판업계다. 오죽하면 한국출판문화진흥원에서 표준 계약서까지 만들어 배포를 할까.
작가의 입장에서 출판사의 행태에 분노를 느끼다 보니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만 커졌다. 나의 출판사는 작가님들과의 상생을 꿈꾼다. 갑과 을이 아닌 저작권자와 발행사로서의 동등한 입장이 되고 싶다. 이 마음에 변함없이, 세상에 찌들지 않게 책 좀 팔려라. 첫 번째 책 4쇄를 찍고 5쇄를 찍고 그러면 마이너스 금액은 줄어들 테니.
안 팔려도 어쩌겠는가, 나는 이 일을 지속할 거고, 마이너스 금액은 투자금을 받고 다른 일을 하며 충당할 테니. 나는 독립출판사 일을 놓을 수가 없다. 놓는 순간 무너져버릴 테니까. 내 세상도, 나도 무너져 일어날 수 없을 테니까. 살아가기 위한 (우울로부터의) 방어벽이자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인 독립 출판사 '보노로' 파이팅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