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의 꿈을 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을 결정하고 이를 현실로 그려내는 과정

by 데보라

모두가 하는 영어 말고, 나만의 무기 선택하기



고등학교 1학년 때,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우리 반으로 전학온 친구가 있었다. 본인이 다니던 미국 고등학교와 우리 학교를 비교하곤 했다. 가끔 쉬는 시간에는 미국 친구와 스카이프로 통화를 하기도 했다. 당연히 영어시간만 되면 날아다녔고,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영어만큼은 100점이었다.


같은 학급의 다른 친구 중 하나는, 중학교 때 부터 영어를 너무 좋아해서 외국 팝가수가 나오는 채널을 연말마다 챙겨보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비욘세를 다른 사람들이 비욘세라고 부르는데, 자기만 비"얀"쎄 라고 읽는다며 이상하다는 듯이 말하곤 했다.


이 둘은 나에게 왠지 모를 위화감을 안겨주었다. 영어 학원도 안다녀봤고, 그저 교과서 텍스트만 외우던 나는 이들 앞에서 어딘가 모르게 위축됨을 느꼈다. 딱히 학급에 영어로 경쟁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뒤늦게 따라잡기에는 뭔가 따라잡을 수 없는 먼 광년의 차이가 있는 듯 아스라이 느껴지기만 했다.


그 당시 나는 학교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한비야 작가의 책이나 혹은 비슷하게 전 세계를 여행하던 여행자들의 글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당시에 여행유튜브는 없었지만, 책도 많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본인의 여행기를 실시간으로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보던 여행자 중 한명은 본인 홈페이지에 자전거 여행기를 매 주차별로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러 대륙의 다양한 나라들을 접했다. 그중에서도 이상하리만큼 나의 마음을 잡아 끈 것은 중남미였다. 공통적으로 보면, 중남미를 여행하는 유럽이나 미국사람들은 많았지만 아시아인이 많이 없어서 아시아, 그 중 한국사람들은 현지인이든 여행객 사이에서도 이목을 끄는 것 같았다. 그리고 중남미 사람들은 뭔가 다른 것 같았다. 한국 사람들처럼 정이 많아서 뭔가를 더 챙겨준다던지, 여행자를 친구나 가족처럼 걱정해준다던지 하는 내용은 다 이 라틴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왠지 스페인어를 구사하고 싶었다.

스페인어라면 영어처럼 구사하는 사람이 많지도 않고, 그러니까 경쟁도 덜할거고. 내가 나만의 무기로 삼는다면 중남미의 그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하니 나중에 분명 쓰임이 있을꺼라고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스페인어 전공이 있는 학교들을 찾아보고, 이 들 중 하나를 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수능 이후에 이 선택을 밀어 붙였다.







대학에서의 첫 걸음, 스페인어와의 만남



그런데 전공으로 스페인어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스페인어과는 그 당시에도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인기 전공이었는지 점수가 약간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다른 전공을 택하되, 학교에는 스페인어 전공이 있으니 그 학과의 수업을 듣는 방식이든 복수전공이든 방법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발음도 생소했고,

문법도 달랐고,

영어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이상한 성 수 변화도 있었다.


그렇지만 뭔가 달랐다.

대학강의에서 만난 스페인어 선생님은 중남미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너무나 밝고 높은 텐션이었다. 수업에 가기만 해도 즐거움이 느껴졌다. 내가 뭘 배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잘 따라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기분만은 너무나 좋았다. 같은 대학 안에서 강의를 들어도 스페인어 수업만큼은 따뜻한 햇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여름철 바닷가 풍경처럼 기분좋은 느낌이었다. 학점을 잘 받거나 하는 것은 아예 다른 문제처럼 느껴졌다.


중남미의 정치 경제 사회에 관한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시각을 알게 되고,

중남미 문학 수업을 들으면서는 여태까지 알고 있던 세계와는 또 다른 그들의 세계를 엿 볼수 있었다.


나는 언어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었고, 마침내 교환학생을 통해서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고 기꺼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단순했다. 언어는 시험 점수가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는 열쇠라는 것. 그리고 모두가 뛰어드는 경쟁의 장에서 뒤늦게 따라잡지 않아도, 나만의 무기를 선택하면 충분히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 대신 스페인어를 택한 선택이 결국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중요한 건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얼마나 잘 따라가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무기를 만들고 어떻게 쓰느냐였다. 그 깨달음은 평범했던 내 출발선을, 결국 특별한 길로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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