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크라이 포 미
나는 무심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애니어그램 테스트를 하면 늘 3번, 성취자 유형이 나왔다.
내 일, 내 인정이 가장 중요했고, 성취를 위해서라면 감정을 배제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함께하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들면 주저 없이 혼자 일을 다 해버렸고,
리더 초창기에도 그 성향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람들이 나를 무섭다고 하는 이야기가 내 귀에도 들려왔다.
여느 날처럼 출근해 프로젝트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한 직원이 유독 자기 말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듯, 두서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나는 단순히 준비가 부족한 거라 생각했다.
불편한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내 생각은 곧 내 말로 이어졌다.
“OOO씨, 이건 왜 이렇게 하는 거예요?
A 진행 상황을 좀 더 명확히 설명해줄래요?
의도가 그렇다면 결과는 그에 맞게 나와야 했을 텐데,
진행 속도가 느려서 테스트 결과도 못 봤네요.
... 지금 보니 기획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네요.
C, D, E는 이렇게 하고, F, G는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으로 말을 쏟아냈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 올려보니, 직원은 울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세 번 반복되었다.
나는 지적하고, 직원들은 울고.
남직원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듯했지만,
여직원들은 여지없이 울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나와 직원들의 관계는 점점 멀어졌다.
업무는 돌아갔지만, 분위기는 차갑게 식어갔다.
...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세번이라니. 삼진 아웃이다.
이건 분명 나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직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지난번에 C 직원이 울었잖아요. 사실 그 친구, 부서장님 앞에서 더 잘하고 싶었던 거예요. 인정받고 싶어서 A도 준비하고 B도 보여주려 했는데… 지난번에도 혼났었고 거기에 또 이어서 지적을 받으니 부서장님이 무섭게 느껴졌대요.
결국 ‘나는 인정받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왜 그렇게 몰아붙였을까.
굳이 그렇게까지 날카롭게 들이댈 필요가 있었을까.
그 직원은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애를 썼다.
하지만 나는 부족한 점만 지적했고, 그 마음은 ‘노력해도 안 된다’라는 체념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혹은 ‘부서장은 나를 미워한다’는 오해로 굳어졌을지도 모른다.
실망, 억울함, 무력감.
그 모든 감정이 뒤섞여 결국 눈물로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의 언어였다.
울음을 멈추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 울음 뒤에 있는 이유를 들어주는 게 더 중요했다.
사실 지금도 누가 내 앞에서 지적을 받고 울면 불편하다.
싫은 마음은 여전하다.
하지만 분명히 이유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매커니즘이 있고, 그 안에는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 인정받고 싶다는 열망 같은 내적 동기가 숨어 있다.
회사에서 우는 것은 약점이 된다.
그래서 다들 “직장에서는 절대 울지 말라”고 한다.
사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눈물이 터지는 순간, 그 사람은 소위 “찍힌다.”
리더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직원에게 일을 시키면, 업무 외에 감정노동까지 더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 순간 피드백의 성격이 바뀐다.
논리적인 이야기 대신, 감정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더 부드럽게 포장해야 한다.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업무 이야기가 아니라 감정 관리가 우선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미 하고 있는 업무들에 추가 스트레스를 얹고 싶지 않아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면을 피하거나, 차라리 피드백을 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누군가의 울음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 사람은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이니까.
그래서 이제는 울음을 단순히 불편해하지 않고,
그 사람이 어떤 이유로 울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사실 울려서 바꾸는 것보다,
칭찬해서 잘하는 걸 더 잘하게 만드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울리지 말고, 장점을 더 큰 장점으로 키워주는 것.
그게 당장은 나의 에고를 누르고, 인내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지만
당장 누군가를 울리고 당황하고, 왜 우냐며 기분나빠 하는 것 보다는
내 마음이 훨씬 편한 길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