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볼파란 Dec 03. 2018

28. 부탁 하나만 들어줘

누구에게나 어둔 비밀 하나씩은 있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나를 찾아줘'나 '서치'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첫 등장 씬 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충분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러워~


바로 이 장면이다. 캬.... (날 가져요. 블레이크~) 비 오는 날 아이 데리러 온 엄마의 모습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델 간지가 흘러넘치고 슬로우로 걸어오는 데 런웨이가 따로 없다. 바로 에밀리다. 겉으로 보기엔 부러울 것 없이 잘 생긴 작가 남편과 귀여운 아들과 함께 사는 행복한 가족이다. 그녀는 거칠 것이 없고 쿨하고 매력적이다. 


이 모습을 보고 스테파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에밀리에게 빠져든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아이를 매개로 금세 친해진다. 스테파니는 열혈 싱글맘이다. 남편을 차 사고로 먼저 보내고 아이와 홀로 사는 싱글맘이다. 어떤 일이든 적극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그녀는 꽤 인기 있는 브이로그를 운영하는 크레이터이기도 하다. 


자신의 레시피와 각종 살림 노하우를 공개하는 스테파니의 브이로그 촬영


어느 날 에밀리는 스테파니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아이를 부탁하고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과거는 철저하게 비밀에 감춰져 있는 신비스러운 에밀리가 사라지고 난 후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에밀리 찾는 걸 자신의 브이로그를 통해서도 공개하고 그와 동시에 에밀리의 남편과도 가까워지게 되는데...


모델일을 하면서도 얼굴만큼은 사진찍히는 걸 싫어하는 에밀리


영화는 중반까지는 에밀리의 비밀과 그걸 쫓는 스테파니의 구도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막상 에밀리의 비밀이 밝혀지고 나면 어쩐지........ 팽팽하게 당겨진 실이 갑자기 느슨하게 풀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만큼 이야기의 임팩트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후반부가 좀 지루해졌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느낌은 감각적으로 잘 만든 막장 드라마였다. 미국판 막장 드라마랄까. 끝에 가서 에밀리가 맞이하는 결말은 코믹하기까지 했다. 미스터리 코믹 막장 드라마를 본 기분이다. 이걸 굳이 싫다, 좋다고 따진다면 나는 재미있게 봤다. 전혀 다른 대척점에 서있는 두 배우가 입고 나온 옷들이나 스타일링 보는 재미가 쏠쏠했고 온전히 두 여배우가 투톱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것도 좋았다. 여기서 남편은 굉장히 찌질하고 못나게 나온다. 심지어 유혹에도 매우 약하다. 내가 싫어하는 타입이다. 지적인 허세만 들어서 여자들은 자기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는 남자, 그래서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는 남자.


엔딩에 나오는 후기 장면들이 마치 실화인 것처럼 나오길래 찾아봤더니 실화가 아니라 소설 원작을 영화화한 것이더라. 진짜 에밀리가 감옥에서 농구라도 할 줄 알았더니.. 


영화 속 에밀리의 중성적이며 섹시한 스타일이 참 멋졌다


특히 스테파니와 에밀리의 밀고 당기는 씬들이 참 재미있었다.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장면은 백미다. 여성들이라면 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고 재미있게 볼 것 같다. 여성들 간에 느끼는 질투와 부러움, 소유욕 등을 잘 보여준다. 배우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처음으로 예뻐 보였다. 안나 켄드릭은 정말 맛깔나게 스테파니 역할을 잘 해냈다. 감독이 누군가 했더니 폴 페이그였다. '내 여자 친구의 결혼식' 만든 감독.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만들었다니 어쩐지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이 영화의 교훈, '함부로 아무한테나 비밀을 얘기하지 말 것.' , '부탁을 쉽게 들어주지 말 것.' 그리고 '누구나 어두운 비밀 하나씩은 갖고 있다.'는 것이다. 


*PS

할 얘기가 많지는 않은 영화였지만... 두 여배우의 팬이거나 킬링 타임용으로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같은 여자 친구끼리 보러 가면 더 좋을 듯. 아닌가? 영화 다 보고 마티니 마시면서 서로 비밀 한 가지씩 말하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ㅎ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