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세계
여기 존 윅이 사는 뉴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뉴욕과 다르다. 도시에서 총과 칼이 판을 치고 서로 죽고 죽이는 킬러들이 설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평화롭다. 존 윅이 사는 뉴욕은 킬러가 존재하며 밤낮으로 칼과 총에 상처를 입고 방문하는 킬러를 치료하는 의사가 있으며 킬러가 죽인 사람들과 현장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이들이 있고 킬러가 안식처라 부르는 안전지대 콘티넨털 호텔이 존재한다. 모든 킬러들은 호텔에서만큼은 어떤 폭력도 사용할 수가 없다. 그들만의 '룰'이 존재하는 세계인 것이다.
놀랍게도 존 윅 시리즈가 3편이 나오는 데 4년이 걸렸지만 스토리의 구조는 그렇게 오래 걸리는 시간이 아니다. 심지어 2편과 3편은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2편에서 3편이 개봉하는 데 무려 3년이나 걸렸는데 2편의 마지막 씬과 3편의 첫 씬은 바로 이어지는 씬이라... 그새 존 윅이 늙었더라. 후훗. 그나마 커버할 수 있었던 건 키아누 리브스의 동안이 한몫했을 것이다.
존 윅은 전설의 킬러였다. 아내가 죽고 나서 아내가 선물한 강아지 한 마리를 기르며 아내와의 추억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던 은퇴한 킬러였다. 철없는 조직 보스의 아들이 존 윅을 못 알아보고 존 윅의 차를 탐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양아치 아들내미 역을 맡은 배우는 알피 알렌으로 '왕좌의 게임'의 테온 그레이조이다. 아아... 테온.. 여기서도 참..
그들은 존 윅의 집을 무단 침입한 것도 모자라 강아지를 죽이고 차를 훔쳐 달아난다. 지하에 콘크리트로 파묻은 자신의 무기를 망치로 부숴 꺼내 들면서 존 윅의 평화도 그렇게 깨졌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세계가 존 윅의 세계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 이제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움직인다. 자신의 개에 대한 복수. 자신의 차를 찾기 위한 복수다. 그 복수는 이뤄진다.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이고 나서야 말이다. 1편은 개에 대한 복수였다면 2편 초반엔 다 부서진 자신의 차를 기어코 찾게 된다. 모든 복수가 끝나고 나서야 존 윅은 다시 자신의 무기를 지하에 묻는다.
2편은 존 윅의 세계관을 조금 더 확장시켜 나간다. 바로 '피의 맹세'다. 다른 킬러나 조직에게 도움을 청할 때 메달 안에 피의 맹세를 하는 것이다. 이 메달을 가지고 있으면 거꾸로 다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뭐랄까 상부상조, 정확한 기브 앤 테이크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콘티넨털 호텔도 등장한다. 2편에서는 피의 맹세로 인해 배신과 음모에 휘말려 들고 공개 청부에 의해 도시의 모든 킬러들에게 쫓기게 된다. 결국 콘티넨털 호텔에서의 룰을 어기고 사람을 죽임으로써 파문당하게 된다. 킬러로써의 모든 권리와 권한을 박탈당한 채 호텔에서 나오게 되면서 끝난다. 이 모든 것이 질서 정연한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신선했다. 피가 낭자하는 세계에서 규칙과 질서라니. 아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피가 튀는 액션에도 이 시리즈를 좋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킬러들을 직업 세계로 조명하기 때문이다.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것이다. 그저 영화의 한 귀퉁에 등장해 액션을 선사하면서 죽어나가는 살벌한 킬러가 아니라 모든 것이 조직화되고 룰에 움직이는 디테일한 킬러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3편은 더욱 화려해진다. 모든 물량과 액션을 다 때려 넣은 것 같다. 국제암살연맹이 등장하고 길거리 비둘기 조직도 등장한다. 2편에서 도움을 준 콘티넨털 지배인 윈스턴의 마지막 선택으로 존 윅은 모든 것을 잃고 차가운 거리 위로 떨어진다. 이제 만들어질 4편에서는 존 윅이 어떻게 복수를 하게 될지 나오겠지만 당분간 이 남자의 평화는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다. 아마 온전한 은퇴를 하고 다시 평화로운 삶으로 강아지와 함께 돌아가게 된다면 이 시리즈는 끝이 나겠지.
3편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다른 킬러들의 존 윅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그들은 존 윅을 죽이려 달려들면서도 자신의 아이돌을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고 좋아한다는 거다. 아시안 킬러들이 같이 싸우면서 자기들끼리 존 윅이 힘이 빠졌다는 둥, 그래도 존 윅이라는 둥 대사를 치면서 싸우는데 마치 '당신과 싸워서 영광이었습니다'랄까.
1,2편에 이어 3편까지 개가 나온다. 여기 나오는 킬러들은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죽이면서도 개는 소중히 대한다. 그것도 마음에 든다. 심지어 도움을 요청하러 간 할리 베리의 개들은 액션도 한다. 멋지다. 그냥 봐야 한다.
어쨌거나 이 불쌍한 남자, 존 윅에게 평화가 오는 그 날까지 이 시리즈를 기다리겠지. peace-
*ps-
키누~ 매트릭스 새 시리즈 말고... 콘스탄틴2편 어찌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