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선 한번 봤던 영화나 책을 다시 보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언제 봐도 부담 없이 틀어놓고 나도 모르게 재미있게 보는 영화들이 있다. 나란 사람은 뭘 하든 '하기까지의 뜸 들이는 시간'이 굉장히 긴 편이다. 집중력이 나날이 떨어지는 것도 큰 이유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걸 못하기 때문에 뭔가를 보는 건 거의 소파에 드러누워 보는 편이다. 그렇게 드러누워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볼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영화들이고 아주 잘 만든 영화도 아니고 작품성이 좋은 영화도 아니지만 나한테는 재미있는 영화다.
히트맨 시리즈가 더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보고 유일하게 좋아하는 히트맨은 티모시 올리펀트가 나온 2007년도 작품이다. 꼭 이 작품이어야 한다. 왜냐면 나한테 히트맨은 티모시 올리펀트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의 90%도 티모시 올리펀트다. 이 민머리가 사랑스러워지니 티모시의 긴 머리가 오히려 낯설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이 배우는 웃는 얼굴이 예쁘다. 섹시함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얼굴이랄까. 나이가 들어도 전반적으로 중년배우의 멋이 있는 배우다. 하지만 역시 머리카락이 있는 것보단 없는 편이 더 사랑스럽다.
히트맨은 프로페셔널 킬러 에이전트 47이 니키의 암살 지령을 받고 펼쳐지는 얘기다. 음모와 탈출이 전부지만 티모시와 니키 역을 맡은 올가 쿠릴렌코와의 케미도 좋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의 10%는 이 두 배우의 합때문이다. 그 케미의 거의 전부는 두 배우의 눈빛 때문인데 특히 티모시 올리펀트의 눈빛이 다했다. 절제 있는 액션과 티모시 올리펀트를 보고 싶다면 추천!
너무 대놓고 포스터에 매트릭스는 잊으라고 쓰여있지만.... 매트릭스의 벽은 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하신 분.. 아마 이 포스터 다시 보면 이불 킥 하실 듯... 하지만 이 영화는 나한테는 충분히 재미있다. 2003년도 작품이고 좋아하는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나온 영화다. 젊은 시절의 크리스찬 베일은 날렵하고 냉정하게 잘 생겼는데 이 영화에선 그의 그런 매력이 잘 나온다.
약물로 감정이 통제되는 미래 도시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맡은 존 프레스턴은 체제에 반발해 약을 먹지 않는 이들을 잡아야 하는 특수요원이다. 이 디스토피아 세계 속에서 존 프레스턴은 감정도 없이 살아가지만 동료의 죽음과 사건들을 통해서 몰래 약을 끊게 된다. 약을 끊게 되자 전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아무런 질문도 없이 살았던 세상에 대한 의문이 든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존 프레스턴이 우연히 만난 강아지를 구해내는 장면이다. 처음 만난 털북숭이 동물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며 몰래 키우게 된다.
과연 영화처럼 감정(이퀄브리엄)과 기억(더기버)이 통제되는 미래가 올 수 있을까?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영화처럼은 아니더라도 먼 미래에 인류는 어쩌면 바이러스 때문 에라도 통제되는 사회가 될 수도 있겠지. 크리스챤 베일의 젊은 시절 각 잡힌 액션과 얼굴을 보고 싶다면 추천!
민트초코파나 파인애플 피자파처럼 대중적이진 않지만 매니악하게 콘스탄틴 후속 편 나오길 목 빠지게 기다린 사람들도 있을 거다. 그게 바로 나다. 하지만 이젠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콘스탄틴.... 2005년도 작인 이 작품의 후속 편이 나오기엔 키아누 리브스가 나이가 들었다. 그래도 제작진과 배우가 원한다면 할 수 있을 텐데 그마저도 요원해 보인다. 한 때는 2편 제작의 소식이 들려오는 듯했으나 그마저도 무산된 것으로 안다.
존 윅이나 매트릭스도 좋았지만 키아누 리브스의 이 시리즈가 나는 더 간절했다.
천사와 악마, 둘 사이의 혼혈 인간도 존재하는 세계.. 존 콘스탄틴은 그런 악령들을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고 자살 시도 후 그 능력으로 악을 지옥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안젤라 형사(레이철 와이즈)가 찾아와 쌍둥이 자매의 죽음에 대해 함께 파헤치기 시작한다. 틸다 스윈튼이 타락한 천사 가브리엘로 나오고 할리우드 악동이 되기 전인 애기 티가 나는 샤이아 라보프도 나온다. 지금 보면 꽤 호화 캐스팅이었다.
술과 담배에 찌들어 있는 콘스탄틴을 무척 좋아했다. 어찌나 담배를 피우는지 보는 내가 폐암에 걸린 듯하다. 하지만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나는 이 영화를 사랑했다. 거창한 사명감이나 히어로물이 아닌 것도 좋았다. 세상에 대해 냉소적이고 죽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을 희생하는 콘스탄틴이 좋았다. 느슨하게 풀어헤친 검정 넥타이와 정장 차림이 창백해 보이는 젊은 시절 키아누 리브스와도 잘 어울렸다. 키아누 리브스를 좋아한다면 냉소적인 퇴마사를 보고 싶다면 천사와 악마 얘기를 좋아한다면 추천!
그 외 아쉬운 영화는 '헬보이' 시리즈...
헬보이 시리즈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시리즈인데 헬보이 3편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무산되고 2019년에 헬보이 리부트로 개봉한 걸로 안다. 워낙 평이 좋지 않아 아직까지도 안 보고 있는데... 길예르모 델 토로의 헬보이 3편을 기대했던 건 무리였을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