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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한 바람 Dec 08. 2021

JW Marriott Marquis 그리고 7tian

깜깜한 상하이의 밤, 바깥을 바라보다가 나를 생각해본다.

JW Marriott Marquis, pudong, Shanghai 이 호텔에서 몇 일 묵었다. 이 호텔 바로 앞에는 7tian Inn이 있다.

7tian inn은 션전에서 일할 때, 우리 회사 앞에 있던 작은 모텔이다. 멋드러진 5성급 호텔 바로 앞에 있는 모텔이라니. 저 모텔 약도에는 JW Marriott 앞 혹은 건너편이라고 적어놓았겠지. 돈이 모든 선택을 좌우하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모든 사람들이 같은 만족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돈이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도 어떤 공간에 처해도 만족스럽다면 이런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


2만원이면 하룻밤 머물 수 있는 모텔이나, 30만원은 주어야 발을 들일 수 있는 호텔. 우리 모두는 제각각 다른 생각과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으니까.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하게 느낄것이라는 기대. 아마도 그게 가장 넘기 힘든 벽일것이다. 어쩌면 그런 기대가 우리를 외롭지 않게 하는 것일지 모른다.


깜깜한 호텔 방에서 자는 가족들을 한 쪽에 두고, 바깥을 보고 있다. 지금도 네온 사인을 쓰고 있나 하는 생각과 함께 하염없이 7tian inn의 네온 간판을 보고 있다. 아주 화려한 파사드 조명이나 간판만큼 슬픈 것은 없다. 아주 짙은 화장을 한 사람보다 슬퍼보이는 사람은 없다. 아주 무례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만큼 불쌍해보이는 사람은 없다. 강력하게 궁색한 자신을 감춰야 하거나, 아주 절실하게 무언가를 얻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있고 논리가 있고 가치가 높은 것들은 자신을 억지로 혹은 아주 강하게 꾸미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고 또 그렇게 소리질러 얻어내고 싶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자유롭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사람들은 높은 가치가 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것에 만족하며 무언가를 쟁취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의 인정을 받고 싶고 잘 하고 있다고 누군가 말해주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내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불안에서 벗어났다. 조금은 오래 걸렸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자라난 환경이니, 그게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자유롭고 인정을 바라는 사람이기 보다는 내가 다른 이들에게 인정을 주고 공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화려하지 않아도 되고, 자연스럽게 나를 드러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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