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내부 갈등과 팀원의 이탈(3/4)
팀원들이 하나둘 떠난 뒤, 빗속의 사무실에 홀로 남아 형광등의 미세한 울림과 화이트보드에 남은 “우리 왜 이걸 하나요?”라는 낙서만을 바라보며, 나는 처음의 꿈과 현재의 공허 사이에서 내가 무엇을 위해 회사를 시작했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서류와 심사 결과에 매달리는 사람으로 변해버렸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가 떠나던 날, 나는 아무 말 없이 악수만 나눴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내가 떠나는 사람을 붙잡지 못하는 이유는 미안함 때문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나 스스로도 이 회사에 신뢰를 잃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며칠 후, 마케팅을 담당하던 친구도 말했다.
"저도 잠깐 쉬고 싶어요. 좀 멀리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그건 사실상 이탈이었다. 그가 다시 돌아올 리 없다는 것을 나도, 그는 알고 있었다.
이제 사무실엔 나 혼자 남았다.
창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사무실의 형광등은 부서질 듯이 깜빡였다.책상 위에는 끝나지 않은 보고서와 절반밖에 완성되지 않은 프로토타입, 그리고 사람들이 앉았던 자리의 온기마저 식어버린 의자들이 있었다.
그날, 나는 오래도록 의자에 앉아 창밖만 바라보았다.이제는 정말로, 혼자였다.
혼자 남겨진 사무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그전까진 늘 누군가의 타자 소리, 커피머신의 지직거림, 종종 팀원들 사이의 가벼운 농담이 흘러나오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단 하나, 형광등에서 미세하게 울리는 소리만이 허공에 남아 있었다.
나는 잠시 책상 앞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침묵과 마주했다.
정면에 놓인 화이트보드엔 지워지지 않은 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8월 중 MVP 완성’, ‘10월 중 사용자 테스트’ 같은 낙관적인 계획들. 그 아래 ‘우리 왜 이걸 하나요?’라고 작게 적힌 낙서가 보였다. 아마도 팀원 중 누군가가 장난처럼 적어두었을 것이다. 그 문장이 오늘 따라 이상하리만치 또렷하게 다가왔다.
내가 이 회사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내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세상을 조금 바꾸고 싶어서?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어떤 가치도 만들지 못한 채, 책상 위에 쌓인 서류 속 숫자들과 심사 결과에 매달리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