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스타트업 대표 이야기

3장. 내부 갈등과 팀원의 이탈(4/4)

by 망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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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이 떠난 뒤 모든 역할을 혼자 감당하며 텅 빈 사무실에서 허상 같은 사업계획서를 붙잡고 버티던 나는, 결국 “이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라는 고백과 함께 창업의 지독한 외로움 앞에서 무너져가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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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매일 혼자 출근하고 혼자 퇴근했다. 팀원이 떠난 자리를 메우기 위해 내가 개발, 기획, 회계, 행정, 고객 응대까지 전부 맡아야 했다. 할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정부지원사업의 일정은 냉정했고, 연기나 예외는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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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쓰다가도 중간에 전화가 오면 외주 업체와 납품 일정을 조율해야 했고, 도착한 택배 박스를 풀며 조립을 직접 해야 하는 날도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서야 편의점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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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의 탕비실 냉장고엔 이제 커피 캔 하나만이 남아 있었고, 그마저도 유통기한이 한 달이나 지나 있었다. 냉장고를 열었다가 다시 조용히 닫은 후, 나는 창문을 열어 바깥 공기를 마셨다. 봄이었고,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그 바람조차도 내게는 왠지 서늘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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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혼자 버티던 어느 날, 나는 무의식적으로 전 팀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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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요? 다름이 아니라 혹시 이번 발표에 조언을 좀 구할 수 있을까요?'그 중 한 명은 아예 답이 없었고, 다른 한 명은 단답형으로 ‘힘내세요’라는 말만 보내왔다.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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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남은 사람은 오직 나 혼자였다. 그게 현실이었다.

그날 밤, 나는 다시금 사업계획서를 열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문장 하나하나가 낯설게 다가왔다. 이건 내가 원하던 내용이 아니었다. 이건 내가 함께 꿈꿨던 계획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업용어와 수치, 도표와 가설은 이제껏 한 번도 시장에 나가보지 않은 허상의 기획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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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니터를 끄고, 어두운 사무실 속에 조용히 앉았다.텅 빈 의자 두 개를 바라보며, 문득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구나."

정말, 아니었다. 혼자 하는 창업은 상상보다 훨씬 더 외롭고, 훨씬 더 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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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그 지독한 외로움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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