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달콤한 유혹(3/5)
정부지원사업의 심사위원을 만족시키기 위해 화려한 발표자료와 과장된 표현에 몰두하며 실제 고객과 시장을 외면한 채, 점점 더 깊은 공허 속으로 빠져들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어떤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나는 그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이 사업 아이디어는 괜찮긴 한데, 정부 심사위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부족한 것 같아요. 이왕 하는 거, 더 그분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보세요."
나는 그의 말에 혼란스러웠다. 시장과 고객이 아니라 심사위원의 입맛에 맞추라는 그의 조언이 묘하게 불편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 충고를 따르기로 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야만 사업이 계속될 수 있었고, 그 지원금 없이 사업을 운영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객 설문이나 시장 조사 대신, 심사위원들이 중요시하는 항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나는 제품의 기술적 요소와 혁신성, 사회적 가치 등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발표 자료에 멋진 단어와 그래픽을 넣는 데만 며칠씩 시간을 쏟았다. 실제 제품 개발은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 무렵, 나는 가끔 사무실에 홀로 남아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늦은 밤 창밖으로 보이는 텅 빈 거리는 내 마음과 닮아 있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불안과 초조함은 점점 더 커졌지만, 그런 감정을 팀원들에게 털어놓기 어려웠다. 나는 그저 내 안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평가자료를 준비하는 데 집중했다.
다음 평가 발표 날, 나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제품을 소개했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능숙하게 대답하며, 미리 준비한 자료를 보여줬다. 발표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발표장을 나오자, 팀원들은 나를 둘러싸고 축하를 건넸다.
"이번 평가도 잘 넘겼네요!"
"역시 준비한 대로 하니까 성공적이네요."
그들은 웃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기이한 공허감이 내 안을 채우고 있었다. 이 성공은 진짜 성공일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옳은 방향인가? 나는 그 질문을 떨쳐내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이제 지원금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추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새로운 지원사업 공고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정부지원사업이라는 달콤한 유혹의 덫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었다. 그것이 가져올 끔찍한 결과는 그때까지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